고양이야 고양이야-(2)

#2

by 휘기에

#2

소리의 발원지에는 당연하다시피, 당연한 고양이가 있었다. 세상에 ‘야옹’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고양이뿐이니 말이다. 그 당연한 고양이는 흰색 털에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고양이었다. 그리고 아무쪼록, 그것은 내게 말을 걸었던 것임이 분명했다. 시선을 내게 정확히 맞추고 있음이 분명한 까닭이다. 그리고 나는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 소리를 낼 수 없는 고양이가 어딘가에는 분명 있을 테지만…나는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그런 고양이의 생태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똑같이 눈을 맞출 뿐이었다. 그러자 그 고양이는 다시


야옹


하고 무언가 말을 걸었다고 나는 짐작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달아날까 나는 생각했다. 말을 할 수 없음은 이토록 답답한 것이었다. 나는 겉모습만 고양이었고, 물론 나의 자아는 고양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그것은 쓸모없는 것이었다. 나의 자아가 고양이든, 그저 고양이로 변장한 평범한 인간이든, 고양이 소리를 낼 수 없는 고양이든, 그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은 피차일반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기력했다. 동시에 모든 변장은 무용(無用)했고, 때문에 나의 실존(實存)은 무의미했다. 나는 문득 슬퍼졌다. 이토록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서러웠다. 그저 변장만으로 일종의 ‘만족’을 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그래, 나는


그저 변장한 인간일 뿐이었다.


고양이는 멀뚱히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 번 그냥이라도, ‘야옹’소리를 내볼까 하다, 그만뒀다. 그런 용기를 내기에 나는 이미 너무도 무기력했고, 피곤했다. 그리하여 나는 뒤돌아 걸었다. 뒤돌아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고양이의 표정이 어떠할지 두려웠다. 다시 마주칠 일 없는 고양이라 하더라도, 나는 이미 두려움과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낀 후였다. 걷는 내내 무서웠고 무서웠다. 달을 걷다가 달토끼의 부름이라도 들은 우주인의 기분으로 나는 서둘리 나의 ‘지구’로 돌아왔다. 들키면 안돼, 그러한 생각만을 했다는 기억이다.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나는 거실을 지나(이 순간부터는 사족보행이 아니었다) 나의 방, 나의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조금 전의 경쾌한 발걸음의 실존(實存)이 무색하게 너무도 부끄러웠다. 야옹-한 마디에 무너질 실존이었다니, 이토록 엉성했던 것인가 싶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어쩐지 밀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나는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호에 타고 있었다. 꿈인가, 생각하기 무섭게 아폴로는 새턴-V로켓의 점화에 의해 발사되었다. 어쩐지 그런 자세한 사항들을 알고 있는 건가 의문이었지만, 대기권을 돌파하고 있는 인간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의문이 아니었다. 어찌되었거나, 대기권을 돌파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새턴-V로켓은 3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구의 대기권을 넘어 위성궤도에 진입하는 데에만 두 개의 엔진이 소모되고, 지구의 중력권을 넘어 달로 항로를 설정하는 데에 나머지 한 개가 소모된다. 3000톤에 달하는 새턴-V가, 달에 착륙도 하기 전에, 사실상 지구를 벗어나는 데에만 모두 소모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는 전지적(全智的) 시점에서 꿈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알고 나니, 어쩐지 이건,


정말이지 발버둥이 아닌가…싶었다.


달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을 폄하하려는 뜻은 절대로 아니나, 지구를 벗어나는 모습은 정말 흡사…침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아기의 모습과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응애응애, 읏차, 읏차차차.


위대한 발버둥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달의 위성궤도에 진입했다. 착륙선을 타고, 달의 표면에 착륙했다. 나는 닐 암스트롱이 아니었다. 그럼 누구냐? 할 수도 있겠다만, 그 날 달에 착륙한 사람은 닐 암스트롱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이었다.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했지만, 모두가 닐 암스트롱만 노래한다네, 나는야 나는야, 버즈 올드린.


그 후의 장면은 암스트롱과 함께 월석(月石)을 채취하는 장면이었다. 달의 대지는 회색 빛이었고, 하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위에는 언제나와 같은 달 대신, 지구가 떠 있었다. 회색 빛 대지와 푸른 빛의 지구…그리고 그 사이에는 오로지 검은 우주만이 있었…어야 했는데, 대지 끝에 조그맣게 움직이는 흰색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니까…저건…토끼가 아닌가. 암스트롱, 저 토끼 보여? 토끼라니, 정신차리라고 친구. 아니 정말…


토끼라니까.


순간 귀에 어떠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공 속에서 어찌 소리가 들리는 지는 의문이었으나, 달토끼를 마주친 인간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의문이 아니었다. 어찌되었거나, 달토끼를 마주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토끼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거니 토끼야 토끼야, 하고 귀를, 기울이는데, 토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야옹


이었다. 문득 정신이 어지러웠고, 갑자기 세상도 어지러웠고, 지구의 중력의 1/6이라는 달의 중력이 결국 나를 붙잡지 못하고, 대지에서 서서히 나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몸이 붕 떴고, 여전히 나는, 우주는, 어지러웠으며, 암스트롱-하고 부르는 나의 말은, 암스트롱에게 닿지 못했고, 이내 나는 달의 위성궤도를 벗어났고, 그 즉시 어떤 강한 힘에, 빨려 들었다. 그건


지구의 중력이었다.


나는 발버둥 쳤으나 3000톤에 심히 못 미치는 나의 발버둥은 우스울 따름이었다. 한 번 지구의 중력권에 들어서자 지구는 무섭도록 나를 끌어들였다. 나는 무기력했다. 떠나온 것에 비해 너무도 쉬운, 귀환(歸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내 지구의 위성궤도에 들어섰고, 대기권에 들어섰으며,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는 추락-하고 있었다. 대기권에서야 나는 다시 달토끼를 생각할 수 있었다. 야옹-이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나는


추락했고


추락했고


추락했고


이내

나의 ‘지구’로 돌아왔다.

식은 땀을 흘리며 나는

잠에서 깼다.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버즈 올드린도 아니었고

더 이상 1969년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쩐지 회색 빛 나의 베개엔

월석(月石)같은

몇 방울의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