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덥잖은 은폐

by 휘기에

두 사람 사이에
일상적 대화가 오간다.
그러나 내가 나눌 수 없는 대화이기에
내게 평생 일상적이지 못하다.
그리하여 나는 좀처럼 떨어져 앉아
영화를 보듯 즐거이, 마땅히 슬퍼하며
경청한다. 그때
아버지가 다가온다.
무얼 생각하냐는 말에
나는 그저 일상적인 생각을 한다고 답한다.
무언가 계산중이라고,
마치 돈-계산인냥!
나는 서둘러 땅을 파 묻고 은폐시킨다!
아버지는 끄덕이곤 돌아간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다.

발 아래서 땅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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