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에 대한 아쉬움마저 멋있는 팝 아티스트, 바스키아.
-전시를 본 간단 리뷰-
작년부터 봐야지 미루던 미술 전시회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을 드디어 관람했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팝아트에서는 신화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앤디 워홀만큼의 작품을 '남발하며 생산'해 낸 것도 아니고,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3,000여 점의 드로잉과 1,000여 점이 넘는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예술의 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앤디 워홀의 작업 방식을 비판하지 않는다. 실크 스크린이라는 대량생산 방식 덕분에 미술 시장에서 익히 흔하게 거래되는 작품들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그다지 희귀성과 특별함이 덜 느껴진다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사실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많이 덕분인지, 패션 브랜드의 옷, 캔버스 가방, 뱃지 등 wearable 아이템들에서 더 많이 그리고 일찍이 접했다. 큐레이터로 일할 당시 바스키아의 작품을 전시해본 적도 없고 그 작품을 거래했던 고객도 볼 수 없었던 터라, 로마 그리스의 고전 작품을 고귀하게 바라보듯, 바스키아의 원작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의 작품은 신비롭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은 그의 어린아이 같은 낙서 미술에서 비롯된다.
반항적인 성격이지만 바스키아는 자신이 원하는 예술성 방향을 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저작권 기호를 좋아했던 점을 보면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영역권이라는 주인의식 마인드도 갖춘 인물이었다. 물론 작가의 싸인의 저작권에 대한 역할을 하지만, copyright 기호가 있음으로 더 cool해 보인다. 뭐랄까... 더 공식적인 승인이 있어 보인다고 할까?
바스키아의 낙서 같으며 어느 것 하나 통일성 없는 색감과 자유로운 라인들이 저작권 기호와 함께 상호보완해주는 듯하다. '막 그려도 내가 있으니 넌 쿨해 보이고 승인받은 작품이니 안심해라'라는 식으로?
"난 저작권 기호를 좋아한다. 멋져 보이니까."
질서와 의미적 수단이라는 통제를 버린 그의 낙서 같은 텍스트, 핸드 드로잉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다지 해독하고 싶은 욕구는 떨어진다. (대부분은 알아볼 수 없으니까...) 아티스트 자신도 왜 썼는지 모를 듯한 텍스트들도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로써는 재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텍스트로 쓴 듯한 느낌도 들고, 명확한 키워드를 따라가며 메시지를 유추해보기도 한다.
이미지 중에서 눈에 띄는 이미지들은 졸라맨 같은 해골 인물들, 왕관, 텍스트 취소선.
반복되는 이미지들을 그의 작품 속에서 찾다 보면,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화풍이 느껴진다. 자신의 인종적 뿌리로 인한 사회적 차별, 자유를 갈망하고자 하는 갈등과 내면의 불안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을까?
그의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괴물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감탄을 자아내는 리듬감과 균형감이 나타난다.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어린 아이와 같은 솔직함과 동심이 결합되는 듯 하다. (어린 아이들은 바스키아 작품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심 궁금해졌다. 무서운지? 귀여운지? 잘 그렸다고 생각이 드는지?)
전시장을 순환하는 동안 그의 '천재성'이 너무나 부럽기도 하고 여러 차례의 감탄을 해도 나의 탄식은 식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미술사에서 '천재', '천재성' 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바스키아의 탁월한 감각에 뭐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나는 갤러리 마스코트가 아닌, 스타가 되길 원했다."
- 장 미쉘 바스키아
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직결되는 사회적인 문제, 솔직한 감정을 자전적인 시점으로 표현해서가 아닐까? 그의 화풍이 장난스러워 보여도 '미술에 있어서는 꽤나 진지했던 이 남자' 바스키아. 한 때 자신의 연인이자 팝스타인 마돈나 Madonna에게 음악이 대중을 사로잡듯 미술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바스키아의 바람은 이뤄진 듯하다. 비록 짧은 생이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미술은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면,
음악은 시간을 어떻게 꾸미는가에 관한 문제다.
-장 미쉘 바스키아-
원작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흥이 높았던 전시였다. 바스키아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자화상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도 있고, 앤디 워홀과의 다양한 작업을 더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어쨌든 코로나만 끝나면 배낭매고 갈 미술관들이 대기중이니, 얼른 비행기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1. The Broad Museum, Los Angeles
2. The Whitney Museum, New York City
3. The Daros Collection, Zurich, Switzerland
4. Soho Contemporary Art Gallery, New York City
5. MACBA, Barcelona, Spain
https://www.lottemuseum.com/Mob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