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활의 긍정적 이기심

자취는 내가 먹고 배설하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책임지는 과정

by 허연재

혼자 산다는 건 내게 필요한 이기심을 가르쳐준다.

나의 손이 닿는 모든 사물들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다시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오니까. 그래서 최소한으로라도 깨끗해야 하고 최소한으로 즐거운 생활공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자취는 내가 먹고 배설하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보고 책임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독립성과 생활 패턴 혹은 노하우가 싹트게 된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입맛에 맞게끔 적당한 간과 불 조절로 요리를 하고, 뒷정리까지 마무리를 한다.

주방기기도 깨끗하게 닦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도 쓸어 담는다. 위생의 정도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벌레와 동침하는 것까지는 용납하지 않는다.


귀찮아서 일거리를 미뤄 놓아도 대신해주는 사람 없다. 설거지 두 끼를 거르면 그 음식물 냄새는 오롯이 내가 맡아야 하니 억지로 그릇들을 닦는다.

정리가 안된 책꽂이에서 책을 찾을 수 없을 때는 그때가 책 정리를 하는 타이밍이다. 빨래는 엊그제 한 거 같은데 왜 샤워하고 쓸 새 수건이 없는 것인가?


불편하고 몸이 열개여도 시간과 일손이 모자라는 자취생활.

그래도 난 상황이 가능하다면 자취를 추천한다. 그리고 자취 경력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였으면 한다.

혼자 산다는 건 "내가 싼 똥 내가 치우는 경험"을 매일 하는 것이니까. 그만큼 성숙한 자립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취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부엌 하수구가 이렇게 빨리 더러워지는지,

때는 고약하게 왜 생기는지,

화장실 하수구에 머리카락이 이리 많이 끼는지,

월세 납부일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그래도 자기만의 작은 터전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는 재미와 보람이 있다. 그 속에 하루하루 발전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