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라테 두 잔 버린 보통날

by 허연재

항상 먹는 거 말고 가끔 새로운 게 당길 때가 있다.

오늘날이 갑자기 또 여름처럼 더워서, 카페 도착도 하기 전 시원한 아이스 라테만 떠올랐다.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라고, 난 맛없는 시나몬 라테만 두 잔 먹고 나왔다.

아니 맛보고 나왔다.


"주문하시겠어요?"

갑자기 지난주 라테를 마시고 장트러블로 배가 아팠던 기억이 났다.


"따듯한 라테 한잔이요. 아 우유는 저지방 우유로요."

예상치 못하게 그냥 라테는 저지방 우유가 안되고 시럽 종류 들어간 것만 된단다.


메뉴를 다시 보니, 시나몬과 바닐라 라테가 눈에

들어왔다. 뭘 마시지 고민하는 찰나 머리보다 재빠른 입이 "시나몬"이요 외쳐버린 것!

이미 결제가 끝나버렸다.

노화의 징조인지 입이랑 생각이 따로 놀아버린 걸 어쩌나?


결국 시나몬 라테가 나오긴 했는데, 시나몬 수프인가 싶을 정도로 우유 거품 위에 소복하게 뿌려져 있었다. 여섯 모금 먹고 도저히 못 먹겠어서 직원에게 시나몬 가루 좀 덜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직원은 가루를 슬쩍 좀 덜다가 우유 거품이 다 떨어져 나오니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저 맛없는 걸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잠시 머뭇거리다 알겠다고 했다.

새로운 시나몬 라테가 다시 나왔다.

적당하게 뿌린 시나몬 가루를 보고 내심 안도했다. '이번에는 좀 맛있겠지?'


한입 다시 맛을 보았고 시나몬 가루 양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나몬 시럽과 커피, 우유의 조합이 내 입맛엔 꽝이었던 것이다. 쌉쌀하고 스파이시한 맛에 달콤함이 이리저리 뒤섞였는데 무슨 맛인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음료는 함부로 신메뉴 시도하지 말아야지.

맛없는 음료 두 잔 대접받는 것도 보통일은 아닌데 말이지.

저녁을 먹고, 이 야밤에도 못 먹은 아이스 라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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