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커피의 온도.

지금 카페 라테는 섭씨 56도?

by 허연재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커피를 주문했다.

겨울이니 포근한 우유 거품의 폭신함과 온기, 그리고 카페인의 쌉쌀함을 원했다.


입술을 우유에 갖다 댄 순간 너무 미지근했고 커피가 입속으로 들어와 삼키는 순간

아주 많이 이상하다 싶었다.

알던 라테의 맛이 아니니 다시 한번 또 마셔보았다.

너무 뜨뜻미지근했다.

난생 이리 미지근한 커피는 처음이었고, 내가 지금까지 접했던 라테에 대한 통념을 깨버린 커피였다.

순간 나의 혀 온도에 마비가 왔나 싶었다.

마치 설탕이 빠진 케이크, 고추장이 빠진 떡볶이, 김 빠진 맥주 같았달까.

20211210_143532.jpg 미지근한 아름다운 라테.


계속 마실까 하다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한번 물어나 보자 하고 바리스타에게 물었다.

"여기 라테는 원래 미지근하게 마시는 건가요?"
"아 네 고객님, 우유가 너무 온도가 높아지면 비릿해져 라테의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56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서 드리고 있어요"
"..... 아 네.."


이 커피 집만의 철학이려니 그냥 넘어갈까 했고, 이미 몇 모금을 마셨던 터라 다시 해달라고 말하기가 뭐했다.

하지만 그 종업원은 마스크 속 나의 의아한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드시기 불편하면 온도 높여서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내심 기대했다. 라테 다운 라테를 먹겠거니 기대했다.

두 번째 커피가 나왔고 놀라웠다. 또 미지근함의 연속이었다.

이것이 56도 정도를 고수하는 커피일 수밖에 없었나 생각이 들었다.



샤워를 할 때나 설거지를 할 때 물 온도를 최고 섭씨 55도 정도로 맞춰놓는데, 상당히 따듯한 편이다.

기분 좋은 따듯함을 느끼며 고단하고 불편했던 몸을 녹여버릴 수 있는 온도이다.

접시에 남은 기름때를 깔끔하게 잘 씻겨 내려버릴 수 있는 온도다.

머리 위를 떠다니던 고민거리를 흐르는 물로 잠재울 수 있는 온도로 충분하다.


미세 혈관이 모인 입술과 혀는 몸과 손보다 예민하다. 한 모금 마셨을 때 따듯한 커피가 아니라면, 더 이상 맛있는 커피가 아니다. 친절하게 한잔을 더 주셨지만 그냥 이 카페의 철학에 내가 동화될 수 없던 것뿐.

아이스 라테를 시켜도 이렇게 미지근하게 나오지 않길 바란다.


온도가 참 중요한 듯하다.

그게 말씨든, 홍차든.

핫 초콜릿이든, 인간관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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