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지성이 대체되면 남은 것은 육체일 것 같은데요.
1월 1일 CNN 인터뷰가 뉴스를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AI의 발전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게 조율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를 보고 제 직업과 취미생활 둘 중에 무엇이 먼저 대체될지 AI에게 물어보며 고민하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어 그동안 여가를 책임져 줬던 콘텐츠들을 되짚어 봤습니다.
공각기동대라는 90년대 초의 일본 SF 장르 만화가 있었습니다. 여러 감독들을 통해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하였지요.
攻 殻 機 動 隊 라고 쓰는데요.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Ghost in the Shell이라고 소개됩니다.
껍질안에 담긴 soul이 아닌 Ghost로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로 국가적 위기나 사회적 큰 영향이 있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일종의 수사물에 가깝지만,
요즘처럼 AI로 인해 전통적 일자리들이 위협받고 또 대체되는 분야들을 바라보면,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도달할 수 있을 만한 세상이 아닐까 라는 적잖은 염려를 하게 됩니다.
공각기동대의 간단한 세계관 설정은 이렇습니다.
미래사회에서 지성과 육체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게 된 인류의 모습이 보이는 세상입니다.
육체적인 한계는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기술로 해결이 되기 시작합니다. 아마 의학도 발달하게 되어
인류의 신경 메커니즘에 대한 모든 분석이 끝났을 세계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의체(義體)라는 기계로 된 몸을 갖게 되어, 일반적인 인류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였습니다.
자동차만큼 빠르게 뛰기도 하고 30~40층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고양이처럼 안전하게 착지해 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인공인 소령은 자신의 몸에 와이어를 감아 비행 중인 헬리콥터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까지도 합니다. 그리고 부상 아닌 고장이 나면 일부 부품을 간단히 교체하거나, 의체 전체를 교체하기도 하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영상 보여드립니다.
사망한 조종사가 탑승된 채, 부당한 공격 명령을 수행 중인 군사용 AI를 제거하는 작전을 요약한 장면을 누군가 만들어두셨네요.
https://youtu.be/FF21zT4_5ME?t=17
연약한 인간이 자신의 유기질 몸을 버리고 무기질 몸으로 갈아타는 과정 - 의체화를 하기 위해선 선결적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뇌를 데이터화하는 전뇌(電腦) 화이지요. 생체적인 뇌를 전뇌로 전환하게 되면, 전뇌를 다른 의체에 옮겨 담아 그 이전의 사고와 기억 그리고 자아를 유지한 채로 몸만 바꿔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 각 전뇌에 담긴 대체 불가한, 자신과 타인을 분리, 구별해 내는 것을 고스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영혼 같은 개념이겠지요. 어쩌면 유령이 빙의되는 것처럼 의체를 바꿔갈 때의 모습을 Ghost라고 표현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몸을 의체로까지 바꾸진 않더라도 그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전뇌화는 거의 필수 수준입니다.
전뇌를 가진 인간은 인터넷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물리적 접촉 없이 여러 커뮤니티에 사고만으로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인류가 극도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나만의 정보가 타인에게도 직접적으로 공유되는 정보의 병렬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지요. 입을 굳이 움직일 필요 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말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인간이 생식활동으로 태어나는 것은 다를 바가 없지만, 전뇌화가 이루어지고 나면 결국 인간이 자신만의 개성, 패턴, 행동양식이 어떻게 될지를 작품에서는 깊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다만 타인에 의해 빠르게 영향(감염) 받는 연약한 객체라고 묘사될 뿐입니다.
죽음에 대한 묘사도 자연사에 대해서는 극복 못한 일부 질병에 의한 사망 외에는 언급되지 않는 불완전함 뿐입니다. 총으로 범죄자의 머리를 겨냥해 파괴해도 전뇌가 다른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그 범죄자의 자아는 계속 유지되는 것은 극적 반전이자 소름 돋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세상 속에서 공각기동대는 범죄와 음모를 추적하여 사회의 위협을 제거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몇 가지 씁쓸한 질문을 남기게 됩니다.
고스트는 존재하는가? - 작품 내에서 주인공은 이 질문을 몇 차례나 반복합니다.
저도 영혼이 있는 것인가?라는 이 질문은 전뇌화 한 이후에 하기로 하고,
그보다 앞서 다른 의문점부터 해결하고 싶어 집니다.
객체의 개성은 전뇌화 되면서 병렬화를 거치면서 유지가 가능한 영역인가?
→ 이것은 이미 SNS를 뒤덮고 있는 오마카세류 풍조를 보면 이미 어느 정도 병렬화 된 듯 보이지요
전뇌화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조절될 수 있지 않은가?
→ 픽션에 대한 음모론이지만 실제로 이뤄진다면, 안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뇌화된 인간은 죽지 않는 것인가? 죽지 않는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 다음 세대의 탄생은 지금도 제어할 수 있지만, 우리 세대의 소멸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였지만, 최소한의 노동마저 남겨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작품에서는 인간은 최소한의 단순 노동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답을 모르겠습니다. 불안함만 더 늘어가네요.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미 전뇌화의 초입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기술과 윤리가, 인간의 고스트를 지킬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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