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장로 '오가호프통닭', 후라이드
<Tasty G 미식 4>
오후에는 오후를 즐기자.
- 충장로 ‘오가호프통닭’, 후라이드
* 요약: 오가호프통닭의 후라이드는 감성이다. 생맥주, 멸치와 고추장, 땅콩이 선사하는 즐거움. 우리는 치킨이 아닌 짠맛에 중독됐다. 치킨은 맥주보다는 콜라나 소주와 함께할 때 더 맛있다. 치킨공화국 한국의 치킨 열풍은 인위적으로 조장됐다. 오후는 수일통닭이나 양동통닭의 후라이드보다 맛있다. 공장이 된 식당. 뼈대 있는 식당은 쉽게 분점을 내지 않는다. 외식업자와 요리사의 성공과 실패. 광주천 통닭 삼국지.
통닭도 아니고, 치킨도 아니고, 프라이드 치킨도, 아니고 후라이드 치킨도, 아니고 ‘후라이드’지만 우리는 다 알아듣고 침을 삼킨다. 프레쉬베리가 아니라 후레쉬베리, 아귀찜이 아니라 아구찜, 설렘이 아니라 설레임, 프라이드가 아니라 후라이드! 표준표기법에는 어긋나지만 이끌리듯 찾는 단어들이 있게 마련이다. 거대 공동체의 등장으로 법은 필수품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수렵채집인 시절의 감성에 이끌리는 듯하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오가호프통닭은 있을 수 없다. 통닭이란 ‘털을 뜯고 내장만 뺀 채 통째로 익힌 닭고기’인데 오가호프통닭의 닭요리는 닭을 토막 내 익힌 것이기 때문이다. 맛은 논리의 영역일까, 감성의 영역일까. 논리는 ‘따짐’이고 감성은 ‘느낌’이다. 맛은 따질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오가호프통닭의 후라이드는 느낌에 더 가깝다.
오가호프통닭에서는 주문을 받은 후 닭을 튀기기에 후라이드를 시켰다면 생맥주도 시키길 권한다. 치맥이라는 ‘주입식 공식’ 때문이 아니다. 후라이드와 마주할 기다림을 생맥주와 함께 내어지는 멸치와 고추장, 북어포, 오징어채, 땅콩의 맛으로 채우라는 이야기다.
우선,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한입 문다. 처음엔 맛있지만 이윽고 약간의 씁쓸함과 텁텁함이 올라온다. 이때 생맥주를 한 모금 마셔 멸치의 씁쓸함과 텁텁함을 잠재우고 땅콩으로 고소한 마무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후라이드 나올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병맥주에도 씁쓸함과 텁텁함이 다소 녹아 있기에 병맥주가 아닌 생맥주를 추천한다.) 그러다보면 ‘황금빛의 고소한 노란색’을 가진 후라이드가 상에 오를 것이다.
치킨 중독의 시대라지만 사실 입은 ‘짠맛’에 중독된 것이다. 닭을 도축해 털을 뽑아 세척 후 조각내어 1차 염지, 치킨 반죽을 통한 2차 염지, 완성된 치킨에 양념이나 소금을 곁들이는 3차 염지. BHC의 ‘뿌링클’ 같은 형태의 치킨은 4차 염지. ‘닭의 맛’보다는 ‘소금의 맛’에 혀는 놀아나고 있다. 맛 앞에서의 논리는 참으로 무력하다!
치킨은 맥주보다는 콜라와 그리고 (개인적으로)맥주보다는 소주와 함께 할 때 더 맛있다. 진심으로 콜라랑 먹는 것이 더 맛있지 않나? 치킨 한 조각을 포크(플라스틱 포크 제외)로 찍어 앞접시에 담은 후 포크 한 개를 추가해 양손에 포크를 쥐고 뼈와 살을 분리한다. 그리고 분리된 살을 다시 취향에 맞는 크기로 찢어 놓고, 소주를 한잔 들이킨 후 찢어 놓은 살을 소금과 후추에 찍어 마무리하면 ‘계곡에서 먹는 닭백숙 맛’이 날 때가 있다. (소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나 다음 회로 넘긴다.)
한국은 ‘치킨공화국’이다. 전 세계에 자리 잡은 맥도날드의 점포가 대략 2만 4천 개인데, 한국의 치킨집은 약 2만 5천 개다. 어디 치킨집의 개수뿐인가. 한국인들의 모든 놀이에는 치킨이 등장한다. 야구 관람은 치킨과 동일어가 되었고, 올림픽과 월드컵도 이제는 치킨을 빼고는 논할 수 없다. 휴가철이 되면 바다, 강가, 산, 계곡에는 치킨 냄새가 가득하다.
한국에서 치킨이 대중화된 시기는 대략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은 ‘양념치킨’이라는 메뉴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집들 역시 닭을 통째로 기계에 넣어 전기로 구워낸 ‘전기구이 통닭’이나 ‘시장 통닭’과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통닭에 특정한 이미지(1990년대에는 가족애에 호소했고, 2000년대에는 건강(깨끗한 기름 사용)에 호소했으며 지금은 아이돌이라는 판타지에 호소한다.)를 부여해 통닭을 치킨으로 격상시켜 기존의 통닭과의 구별짓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등장 이후에도 치킨이 지금처럼 광적으로 소비되지 않았다. ‘치킨 열풍’의 시작을 딱 꼬집어내기는 힘들지만 이명박 정권을 빼놓고 치킨 열풍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이명박 정권 전까지 대기업은 양계업에 진출할 수 없었으며, 대기업의 일이라고는 개인이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닭을 구매해 가공 및 유통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대기업도 닭을 기를 수 있도록 양계시장의 포문을 활짝 열었고, 대기업들은 이윤추구를 위해 많은 닭을 사육함과 동시에 많은 닭 소비 촉진에 나섰다.
닭을 취급하는 대기업들은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든 놀이에는 ‘치킨이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또한 맥주를 제조하는 또 다른 대기업들과 연계해 그들이 창출해놓은 치킨 소비시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견고히 다졌다. 이러한 맥락 아래 오늘날 치킨과 더불어 맥주는 사람들의 놀이문화를 지배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지배의 영향으로 치킨과 맥주를 이상화시켜 ‘치느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게 되었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오가호프통닭의 후라이드는 우선 눈으로 먹기에 좋다. 깨끗한 기름을 사용해 적절한 온도조절로 갓 잘 튀겨낸 튀김이 공통적으로 가진 빛깔을 이곳의 후라이드에서도 볼 수 있다. 좋은 튀김임을 판별하는 요소 중 하나가 튀김 옷의 바삭함과 고소함의 정도다. 너무 바삭하면 씹을 때 입을 때리고 약간의 쓴맛을 낸다(이는 태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눅눅하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좋은 튀김 옷은 편하게 씹을 수 있으며 맛이 고소하다.
오후는 첫맛이 고소하고, 중간 맛은 닭의 육즙으로 인해 촉촉하며, 끝맛은 딱 떨어지는 맛 ‘뒤끝 없는 맛’이다. 유치하지만 확실한 것은 수일통닭이나 양동통닭의 후라이드, 줄여 말해 수후 나 양후보다 맛있다.
수일통닭과 양동통닭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정확한 시기를 거론하기 힘들지만 언제부턴가 손님이 몰리는 식당에는 몰락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식당에 손님이 몰려들면 식당이 점점 공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식당이 바빠지기 시작하면 사람(직원)을 늘려 늘어난 손님을 응대했다. 허나 지금은 사람을 늘리는 대신 식당에서의 모든 일 처리를 매뉴얼화 시키고, 기계를 도입해 손님을 쳐내기에 급급해한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이도, 먹는 이도 모두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에서처럼 인간소외를 경험한다.
공장으로 변한 식당은 ‘손님을 불러모은 본래의 맛’을 잃게 되며 그래서 그 식당은 몰락하기 시작한다.
뼈대 있는 식당은 함부로 분점을 내지 않는다. ‘그 식당’은 ‘그 자리’에 있기에 ‘그 맛’을 낸다.
같은 수돗물이라도 동네마다 수돗물 맛은 미묘하게 다르다. 수도관의 상태, 수돗물이 이동하는 시간 등의 차이가 미묘한 맛의 차이를 만든다. 서울을 대표하는 장수막걸리는 서울 곳곳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생산되는 장수막걸리를 최고로 친다. 막걸리는 물과 쌀의 미학이기에 물맛 좋은 여의도가 탑인 것은 당연하다. 물을 주원료로 하는 대형 식품생산공장이 여의도 인근에 집중된 이유의 일부도 여기에 있다.
식당의 주방은 식당마다 동선은 다르다. 동선이 다르면 요리의 과정마다 소여되는 시간이 달라진다. 발효에서 뿐만이 아니라 요리에서도 시간은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낸다.
물과 동선만 따져도 알 수 있듯이 그 맛은 그 자리 즉 그 식당에서밖에 낼 수 없다. 본인도 말했다시피 백종원은 이런 섬세함이 없었기에 요리사가 아니라 외식업 사업가로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아! 백종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구나. 그래서 짧게만 말하자면 백종원은 백종원이 아니다. 이 역시 다음을 기약한다.
외식업자에게도 성공(부와 명성)과 실패가 있듯이 요리사에게도 성공과 실패가 있다. 하지만 외식업자와 요리사 모두 착각할 때가 있다. 성공한 외식업자는 자신이 파는 음식이 맛있어서 성공했다고 착각하고, 실패한 요리사는 자신이 파는 음식이 맛없어서 실패했다고 착각한다. 성공과 실패는 거기에 있지 않다. 성공한 외식업자는 판매에 섬세했고, 성공한 요리사는 맛에 섬세했을 뿐이다.
수일통닭보다 판매에 섬세한 양동통닭. 하지만 모두 공장이 돼가는 양동통닭과 수일통닭. 양동통닭과 수일통닭보다 맛에 섬세한 오가호프통닭. ‘광주천 통닭 삼국지’는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비밀하나. 오가호프통닭 사장님은 양배추샐러드에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를 얼마만큼 넣어야 맛있는지 아주 잘 아시는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