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3> 이것은 국물이 아니다

- 쌍암동 '정우림국밥', 특모둠국밥

by Tasty G

<Tasty G 미식 3>


이것은 국물이 아니다.


- 쌍암동 ‘정우림국밥’, 특모둠국밥


국밥을 먹으면 국밥이 먹고 싶어진다.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워갈 때쯤이면 한 그릇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쌍암동 ‘정우림국밥’이다. 이곳의 특모둠국밥은 건더기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시험하게 만든다.


사실 쌍암동 국밥의 터줏대감은 ‘첨단공원국밥’이다. 첨단공원국밥의 모둠국밥이 조미료로 맛을 낸 ‘순두부찌개’와 같은 느낌이라면 정우림국밥의 특모둠국밥은 조미료를 배제한 아주 약간 달큰한 ‘복지리’와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정우림국밥의 특모둠국밥 국물은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고 깔끔하고 간이 참으로 적절하다.


돼지나 소를 써서 내는 국물 맛이 아니었기에 직원에게 물으니 “삼계닭발, 채소, 약재로 육수를 뽑는다.”고 하였다. 새롭고 특별한 국물, 먹다가 지칠 정도의 건더기 양, 고소하게 맛있는 무생채, 구수하게 맛있는 서리태차, 품격있는 직원들의 섬세하고 친절한 서비스. 뛰어난 위생상태. 훌륭한 점이 많은 곳이다.

<특모둠국밥>

응원의 마음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건더기(머릿고기, 순대, 내장)가 건더기 자체로 맛을 내지 못했다. 흡사 많은 양을 한꺼번에 준비해 냉장 보관하다가 그때그때 데워서 주는 국밥집의 건더기 맛과 비슷하달까.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기에 느낌 정도로 해두자. 허나 조금만 보완한다면 쌍암동 국밥의 터줏대감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맛에도 온도가 있다면 국밥이야말로 따뜻한 음식이다.


‘국밥’과 ‘국에 말아먹는 밥’에는 차이가 있다. 국밥은 부엌에서 국에 밥을 말아서 내고, 국에 말아먹는 밥은 밥상에서 국에 밥을 만다. 국이 꿇고 있는 가마솥에 밥을 말아 더 뜨겁게 내는 음식이 국밥이다. 많은 사람들의 추운 속을 빠르게 녹이기 위해서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쓸쓸한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국밥을 마주하면 없던 힘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다. 투뿔 한우도, 힘이 불끈 솟는다는 장어도, 언제나 즐거운 삼겹살도 국밥만큼 잔잔한 위로를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더운 날에도 국밥을 찾는 이유 역시 국밥이 차갑고, 황량하고, 서러운 마음을 따뜻하게 뎁혀주는 소박한 위로라서 그런 것 아닐까.


국밥하면 시장이 떠오른다. 시장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은 만남이다. 사람과 사람이 따뜻하게 만나는 곳이 시장이며, 시장에서 즐겨먹는 음식이 국밥이다. (또한, 시장은 정보의 교환과 수집의 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의 교환과 수집은 생존에 있어 필수다. 오늘의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의 정보를 거대자본에 무상제공한다, SK사태는 예견된 일이다. 경각이 필요하다.)

<정우림국밥의 나눔 쌀>

국밥은 따뜻한 음식인데 요즘에 새로 문을 여는 국밥집들은 따뜻한 곳이라기보다는 ‘밝은 곳’ 같다. 밝은 조명, 밝은 테이블, 밝은 수저 젓가락, 밝은 주방, 밝은 직원들, 밝은 키오스크. 적어도 국밥집은 주문이라도 사람이 받는 따뜻함의 여지라도 남겨야 손님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의 환경은 저마다의 음식을 불러낸다. 계곡을 보면 돗자리를 펴고 삼겹살을 굽거나 닭을 삶거나 시원한 수박을 쪼개고 싶어진다. 산에 오르면 라면이 참 꿀맛이다. 야구장에 가면 시원한 맥주가 영화관에서는 콜라와 팝콘이 제격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저마다의 환경은 그 음식에 다양한 맛을 부여한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환경에 놓인 우리에게 국밥은 같은 맛을 낼 것이다. 따뜻함 그리고 위로.

<정우림국밥(소고기)>

그리고...

정우림국밥에서는 정우림국밥(소고기)을 드시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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