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23> 술은 안주, 음악 마시기

- 화정동 '해에게서 소년에게' ☞ 자몽에이드, 압생트하이볼

by Tasty G

<Tasty G 미식 23> 술을 안주 삼아 음악 마시기


- 화정동 ‘해에게서소년에게’ ☞ 자몽에이드, 압생트하이볼, 아벨라워 12년


‘해에게서소년에게’는 밸런스가 훌륭한 bar입니다.


다양한 음악을 호화로운 감상 환경에서 들을 수 있고 위스키, 칵테일, 와인,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볼거리와 읽을거리도 풍성하고 자신만의 예술도 할 수 있는 해소년을 추천합니다.


* 기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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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잘못 알고 있었던 지식을 교정하는 것 또한 공부다. 얼마 전까지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해에서 소년에게>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헤에게서소년에게(이하 해소년)’는 신해철의 곡 제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공부시켜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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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먹자골목에 자리하고 있지만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기에 처음 해소년을 찾기에는 다소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소모되었던 에너지가 단숨에 채워진다. 섬세하거나 세심한 이라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해소년의 바이브는 유니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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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년의 유니크함은 밸런스에서 비롯된다. 들을거리, 마실거리, 볼거리, 읽을거리, 쓸거리의 밸런스가 광주의 bar들을 압도한다. 들을거리부터 이야기하자면 해소년에는 세 쌍의 고음질 스피커가 있어서 곡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칵테일, 선택의 고민을 줄여주는 적절한 컬렉션의 와인, 각 나라의 특색있는 맥주, 논알콜러를 위한 자몽에이드까지 마실거리의 밸런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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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소품들과 국내‧외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은 혼술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좋은 볼거리다. 소품과 사진 모두 과하지 않으며 오래 보아도 계속해서 시선이 머문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존재의 속성을 볼 줄 아는 자의 취향이 꾸려놓은 소품과 사진이라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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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학, 음악을 담은 책들 또한 해소년의 굵직한 축이다. 쉽게 혹은 무겁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과 그림 많은 책들도 구비되어 있으니 읽지는 않더라도 책과 조금은 친해질 수 있는 북 큐레이션을 즐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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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연장은 누군가를 장인으로 만드는 법이다. 다양한 필기구와 예쁜 노트는 평소에 글쓰기를 가까이하지 않은 이들도 책상 앞에 불러 앉히는 법이다. 좋은 음악, 적당한 취기, 영감을 주는 오브제, 소재가 될 수 있는 책과 함께 해소년의 필기구와 노트를 이용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해 보기도 바란다. 예술이란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예술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다!


이렇듯 해소년은 공감각적 요소들의 밸런스가 적절한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음악을 양질의 조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손님들이 함께 지켜야 할 매력이기도 하다. 목소리를 낮추고, 휴대폰을 진동으로 설정한다면 지불한 비용 이상으로 해소년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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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광주의 bar를 집중취재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bar들이 소멸해가는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음악감상을 표방하는 bar에서 마저 손님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손님들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 DJ가 볼륨을 높이면 손님들은 더 시끄럽게 떠든다.


노자는 “무기탄(거리낌 없는)의 지도자가 염치없는 백성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상식과 이성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음을 목격하곤 한다. 상식과 이성을 붙들고 그 어떠한 지도자가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염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


미식은 음식을 만드는 자만의 노력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음식을 즐기는 이의 노력이 함께해야만 미식이 움틀 수 있다. 좋은 음악이 들려오면 감상할 줄 알아야 하고, 맛있는 음식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미식은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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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소년의 화장실은 빛이 날 만큼 청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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