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디 갔다 왔어요~?”
자가격리 덕분에 나의 개학은 좀 늦었다. 어제는 오랜만의 출근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있었던 자동차 사고 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쳤다. 사고 처리를 다 하지 못했는데, 출근을 해야 해서가 아니었을까. 둘 모두 이유가 되겠다. 다른 때보다 잠을 두 배로 설친 게 아닌가.
태풍이 오고 있고, 폭우도 예상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어제 사고난 차를 정비공장에 입고시켜야 하는데, 상대측 보험사로부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차를 학교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연락이 되는대로 차를 입고 시키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혹시나 모르지 자전거를 차에 실어갔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했을 때는 집으로 오려고 택시를 탔을 때였다.
그래도 학교에 가니 좋았다. 우리반 아이들은 반가운 것 같기는 한데, 수줍어하고, 나도 그랬다. 내가 없는 사이 돌봄 못받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교감선생님 만나서 제출할 것을 제출하고, 수업 교체 계획서에 도장 찍어서 제출하고, 수고하신 부담임 선생님께는 커피 원두를 갖다 드렸다.
그리고 복도를 오가는데, 밝게 웃으면 나를 맞이해주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이제 선생님이 수업하는 거예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어디 아팠어요?’
말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니 목이 아프다. 그래도 밝게 웃으면 학생들과 인사하는 건 큰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학생들이 자주 웃을 수 있으면 좋겠고, 도와주고 싶다.
나는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는 아주 열정에 넘치지는 않았다. 뚜렷한 교육관이나 교육철학 따위는 당연히 없었고, 그저 주변 눈치를 봐가면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다. (이건 다 당연히 내 생각) 수업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고, 수업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어서 수업 준비는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열심히도 그다지 열심히는 아니지 않았나 생각된다.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더 무모한 것도 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그래도 늘 학생들에 대한 내 열정이나 사랑은 경력이 쌓여가면서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정이나 사랑은 있던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적립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해 동안 학생들에게 애정을 주고 난다고 해서 그 애정이 사라지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강물이 바다로 가고, 바닷물이 빗물이 되고, 다시 내천으로 흘러 강으로 가는 동안 물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랑을 주는 데 익숙해지려면 나는 반복과 훈련이 필요했고, 늘 학생들은 나에게 도전과제를 제시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나를 실망시키고, 기대치 않은 방법으로 나를 감동시키고.
그러니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많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쩜 그게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증명할지도 모른다.
집에 와서 어서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 간식을 사다 놓는다. 이제 아내도 복직을 했으니, 내가 집안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고 나니 이제 노곤 피곤.
내일은 화요일. 앗, 이제 화요일인가. 개학날은 특히 피곤하다. 그리고 나의 개학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