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integrity란 무엇인가
채용을 할때나 승진, 보상 목적으로 직원을 평가할 때, 또는 회사의 지향점을 말할 때 integrity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이게 약간 미국에서 들어온 단어다 보니 우리말로 딱 맞는 번역이 없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마다 쓰는 용례가 살짝씩 다르고, 심지어 각자 마음속 심상도 다 다르기 쉽죠.
정직함의 상위형 표현으로 사용할 때가 많고, 누군 도덕적 고결성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때론 성실성이나 청렴함, 어쩔 땐 책임감을 염두하며 사용합니다. 모두 원개념에 닿아는 있지만 살짝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기도 하죠.
그냥 정직함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어렵고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단어를 쓰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제 견해로는 정직함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생기초는 문자 그대로의 정직함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자세요. 너무 당연해보이지만 회사라는 맥락에서는 그 당연함도 모호해질 수도 있습니다. 질책이 두렵다든지, 무능이 두려나는게 겁난다든지, 나태를 가리기 위해서라든지요. 그래서 기초적 정직성은 팀워크 및 조직 문화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 부분 할말 많지만 일단 다음 기회로.
좀 더 미묘한 형태의 테스트는 지적인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입니다. 제가 바라는 최소한의 자질입니다. 즉 어구 자체의 참말 거짓말이 아니고, 좀 더 실체적 진실의 참과 거짓에 다가가는 자세입니다. 자기가 아는 바에 비추어 진실이어야 합니다. 또는,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알려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A라는 문제가 생겼고, 알파라는 이해관계 걸린 담당자가 별 문제 아니라고 했다 치죠. 당신이 A가 심각한 문제임을 알지만, 책임소재 및 내가 혹시나 틀릴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문제 없다는 알파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고 하죠. 이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지적으로 정직한 건 아닙니다. 또는 대충 아는걸 안다고 말하거나, 또는 아예 모른다고 하는 것도 지적인 정직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반의 속성인 경우 발화하는 내용과 부합하는 면은 있으나 총체적 진실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는 만큼 말하고 더 필요한 부분을 조사하고 공부하여 보다 온전히 알고자 하는 마음이 지적 정직함입니다.
지적인 정직함이 자세의 문제라면 integrity는 행동까지 포괄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의견이 있죠. 그나마 나은 번역이 합일성(合一性)일텐데 저는 이것도 미흡해 보여요.
왜냐면 정직(honesty)은 A를 A로 전달하는 개념의 세계입니다. 말 차원의 정직함인지 사실관계의 지적 정직함인지 차이는 있지만요. 반면 integrity는 명확히 행동을 요구합니다. 현실의 요구를 딛고 버티며 행동하는 정직함입니다. 그래서 합일성이 미흡하게 느껴져요. 행동을 말에 맞춰 줄여도 합일성은 유지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말 중 언행일치에 가장 가깝지만 이 또한 일상적 수준의 합일을 내포하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충분조건이라기 보단 필요조건같은 느낌이요.
Integrity는 누가 보든 안보든, 내게 불리하든 안하든, 스스로 믿는 바를 행동으로 실행하는 수준의 묵직한 정직성입니다. 그래서 매우 고결하며, 책임감이 느껴지고, 청렴하게 보일 때도 있죠. 또한 그렇기에 간절히 바라고, 그리 살려고 수행하지만 쉽게 담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제가 같이 일하는 조직에 바라는 품성이면서도 모두가 항상 가질거라 감히 기대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지적 정직성이라도 우선 지키자고 말하는거죠. 물론 integrity 좋은 사람은 주변의 신망과 스스로의 내적 발전으로 결국 중요한 역할을 자연스레 맡게 되지만요.
오늘은 교과서적 조직문화에서는 세게 다루지 못해 변죽만 울리고, 몇몇 자전적 경영서에서 은근슬쩍 묻어나지만 막상 실체는 딱 짚어내기 애매한 integrity라는 개념을 정직의 단계와 엮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주간회의에서 몹시 강조하는 일이기도 해서요.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