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태 안나는 일도 꾸준히 하자
A님, 요즘은 어디에 몰두하고 있어요?
"네 요즘 β업무 익히려고 틈틈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데 지난 달까지 열심히 하던 α 일은 이제 다 익힌건가요?
"아 그건 이제 대충 알겠어서 효율화하고 새로운거 더 배우려고요."
흠..
대화를 추상화해서 덜 와 닿지요. α는 우리곁에 있습니다. 여러가지 모습로요. 콜드콜, 인터뷰, 팀원 1:1 면담, 지방 창고 주기적 방문, 재고 정리, 재무 분석, 경쟁사 동향 파악, 산업 분석, 기사 갈무리 등
배우기는 안 어렵지만 반복하다보면 양이 많아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일들입니다. 대략 몇차례 해보고 손에서 덜어낼 방법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효율화나 최적화 자체가 나쁜건 아닙니다. 최적화는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 부스터니까요. 하지만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충분히 익숙해져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냈느냐,
아니면 지루함이 싫어서 빨리 손에서 털려는 의도냐의 구분입니다.
무술이나 복싱 배울 때를 생각해 볼까요. 정권 지르기나 발차기의 옳은 방법은 잘 듣고 몇 번 따라해보면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아는 것과 익힌 것은 다르죠. 시합 나가서 상대선수 달려드는데, '뒷발은 단단히 짚고 허리는 곧추 세우고 시선은 상방을 보며.. ' 이러고 손이나 발을 지를 수 있나요. 한방 맞으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생각도 안 나잖아요.
업무도 똑같아요. 어떤 일은 들숨날숨처럼 생각없이도 몸에 배어야 그다음 상위 업무나 복합업무가 가능해요. 이걸 '할 줄' 알았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실력이 안 올라요. 성과 안나는 많은 직원은, 많은 것을 '알지만' 실제로 시키면 못하기 때문이에요. 느린게 아니라 아예 못해요. 그래서 통달해서 익숙해질때까지는 조금 미련하게 꾸준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그런말도 많이 하잖아요. Do things not scalable.
단순반복은 지겹지만 그 지겨움과 지루함을 견뎌야 내 일부가 되고 그래야 제대로 최적화나 scalable한 다음 길이 보입니다. 물이 끓기 전에는 그냥 뜨거운 액체인거에요. 라면하나 못 끓이는.
명심해봐요.
배움과 익힘은 다르다.
나를 높은 곳으로 데려가는건 익힘이다.
익힘은 지루함이라는 비용을 내야 한다.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