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회사의 대표님이랑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홍보팀장이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분간 차석인 A씨가 팀장 대행을 맡고, 맡은 일을 잘 하면 추후 팀장을 시키고 아니면 천천히 팀장 후임을 물색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공식 팀장이 없는거니 팀원들이 동요할까 걱정이라고 하셨습니다.
팀 셋업도 이참에 다시 할겸, 제가 A씨 면담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깜짝 놀랐죠. 일단 A씨는 리더 자질도 부족할뿐더러, 기능면에서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절대적 부진자 였습니다.
전 제가 혹시 면담을 잘못했나 (즉 별로 안면 없는 저랑 면담하는게 부담스러워서 단지 대화를 망쳤나) 싶어 저와 친한 다른 팀장들에게 물었습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토니가 A씨 보면 놀랄 줄 알았어요."
세상에. 대표님 빼곤 회사에선 다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최근 목격한 두 개의 사건을 합쳐서 펑퍼짐하게 쓴 사례이고, 실제는 더 끔찍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대표님은 진심어리며 성실한 분이고, 팀장들도 다 로열티가 있는 사람입니다. 근데 어째 제가 들쑤시기 전까진 아무일 없던 것처럼 조용했을까요.
조직문화 자체가 '남 일 신경 안 쓴다'인 경우를 제외하면, 저 두가지 케이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표님의 의중이 너무도 또렷하다는거죠.
보통 격의 없이 구성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대표님들은, 생각을 고스란히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게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해요. 리더가 어떤 생각인지 아는걸 넘어 어떤 감정인지까지 대역폭 넓게 전달되는건 좋은 일입니다. 조직이 혼선없이 정렬이 잘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히 인지해야합니다.
특히 의사결정이 연관될때 대화는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팀장을 지명한다든지, 조직을 통합, 분할한다든지, 제품을 신개발하거나 죽인다든지 어떤 의사 결정할 때 리더는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선택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의사결정이 반반이다.
개략적 방향은 정했지만, 이게 맞는지 확신은 없다.
이렇듯, 답이 딱히 정하지 않았고 근거 있다면 결론을 충분히 바꿀 수도 있음에도 내 의중이 한쪽인것처럼 전달되는걸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입을 다물기 쉽습니다.
이건 단지 아첨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첫쨰 의견 내는 사람도 100% 확신은 없기 떄문에, 어느정도 마음이 결정된 사안에 용기를 내서 반대의견 내기가 어렵습니다. '나보단 더 생각했겠지.' 여기며 생각을 지웁니다.
둘쨰, 예컨대 70% 확신하는 일이지만, 리더의 결심이 제법 확고해보이면 유보합니다. 굳이 말해봤자 결론은 뻔하고, 괜히 힘만 쓰고 감정쓰고 인심이나 평판 신뢰를 읽을 일을 굳이 만들지 않고자 하면 입을 다무는게 이득입니다.
실제 리더의 마음과 달리, '그리 느껴진다'는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의견청취의 고수는 α와 β 중 α로 마음이 기울었어도, 사람들에게 의견 물을 때는 β가 의중인것처럼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마음 편히 'β 좋은 결정같습니다.' 동감이 많으면 심각히 재고를 하죠.
또는 최대한 속내를 숨기고 솔직히 의견을 요청하는것도 방법입니다. '난 진짜 반반인데,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래요? 어떤 이유로 그걸 고를건가요?"
한가지만 첨언할게요. 리더가 속결정을 최대한 숨긴다고 해도 사람들은 기가막히게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나, 과거에 '리더가 한번 생각한건 결국 그대로 한다더라'는 고정관념이 세게 박힌 조직일수록 냄새 맡기 훈련이 더 잘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일부러라도 잠정적 결론을 번복하는 유연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요약입니다.
평상시 대화를 통해 리더의 속내를 전달하는건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과 팩트가 필요한 중요 의사 결정은 의견 수집 시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아니면, 리더의 의견에 수렴하는 노이즈만 잔뜩 모을 뿐이다.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