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7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동차가 얼마나 위대한지 느꼈습니다. 2주 동안 360km를 걸었는데 차를 타면 하루만에 가는 거리이니까요. 차의 속도와 제 걷는 속도를 비교 할 수록 무력해지고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걷는 행위보다 걸으면서의 경험과 느낌을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거리 감각은 자동차를 기준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그만큼 생활에 필수적이고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몇 년 전, 우리 가족은 차를 팔았습니다. 차가 없이 사는 것이 어떤 경험이었는지 질문했습니다.
Sean: 차를 팔았는데 그 이후에 경험은 어땠어요?
Tony: 차를 판 이유 중에서는 미니멀하게 살려는 것이 가장 컸어. 그때는 미니멀한 삶, 무소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고 우리 가족이 차를 많이 안 써서 팔았지. 그런데 지금도 겁이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중교통이나 렌트 만으로 해결이 안되는 상황도 있잖아. 더 힘든 점은 사회의 통념하고 싸우는 거야. 가정에 차가 없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면 항상 설명해야 하고 사람들이 잘 납득하지 않더라고. 그래서 만족도로 치면 90% 만족에 10% 불안감이야. 그리고 이런 생활도 한국의 도시에서만 가지는 혜택이거든. 만약 우리가 조금 더 대중교통이 불편한 데로 가면 다시 차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차가 없어서 좋은 점은 신경 쓸 게 줄어들고 돈도 절약이 돼. 그리고 운전을 하면 모든 신경을 운전에만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워서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 4월에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책을 제일 많이 읽었어. 원래 운전하면서 보낼 시간을 가치있게 쓰니까 차 없는 생활을 포기하기 어렵더라.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리 가족은 집에 TV가 없었습니다. 저녁에 다같이 모여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 덕분에 대화가 많았고 부자가 같이 여행도 다닙니다. 자동차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생활 패턴에 맞고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저도 ‘모두가 맞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게 맞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