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중요한 3요소
제가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되어 사람 만날 때마다 언급을 하다 보면, 블록체인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기술이 복잡해서 (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설명을 하다 보면 기술적 내용을 자꾸 언급하게 돼요. 그럼 결국 조급히 묻죠.
"아 됐고.. 그래서 블록체인이 한마디로 뭔데?"
저는 답하죠.
"인생은 한마디로 뭔데? 말할 수 있어?"
당연히 블록체인이 인생이랑 비교될 정도는 아니에요. 그러나 함의와 설명할 요소가 많으니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뜻이에요. 책 한 권을 할애해도 설명이, 그리고 이해가 어려운 게 블록체인이에요. 나중에 포스팅 하나 분량을 할애할 생각인데, 사실 이 기술적 복잡성이 블록체인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과감히 줄여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의 핵심 요소를 짚어보는 건 꽤 중요하죠. 아니면 그 뒤에 모든 이해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되니까요. 코인 트레이더는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이고, 암호 전공한 사람은 암호 기술의 일종으로 보이고, 데이터베이스 하는 사람은 그냥 분산 컴퓨팅 환경에서의 DB로 보입니다. 전체를 다 본다고 하지만 생각이 스스로의 출발점에 고착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그래서, 오늘은 정확도를 희생해서라도 (어차피 전 무식해서 용감하니까), 한마디로 정의해 볼까 합니다.
블록체인은 민주화 기반의 직거래 신뢰 기술이다.
어이가 없죠? 그리고 매우 무식해 보입니다. 전문성 있게 조금 늘려 볼까요?
블록체인은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하는 P2P 지향의 보안 네트워크다.
이것도 제 나름의 정의니까 부족함이 보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알트코인이나 프라이빗 체인 같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변종이 생겨요. 진화압력에 따라 블록체인이 변모되면 나중에 이 정의는 더 불완전해질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곁가지 쳐서 줄기를 드러내 보는 게 이해와 통찰, 그리고 공부에 유리하다고 전 생각해요. 물론 블록체인 기술자들이 보면 제 정의가 너무 거칠어서 마음에 안들 지도 모릅니다.
키워드별로 좀 더 볼게요.
1. 민주화: 분산데이터 베이스
지난 글에서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을 짚어봤어요. 특정 국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분산 컴퓨팅 네트워크 상에 돌에 새기듯 기록해 버린다고 했어요. 블록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사슬로 연결했기에 블록체인이 되었다고 했고요. 그리고 중앙의 서버나 통제기구가 없기 때문에, 채굴자 또는 운영 노드의 다수결에 의해 정책과 업그레이드를 결정해요.
반면에 이런 민주적 방식이 효율성에는 해가 될 수는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해요. 이번 8월 1일의 비트코인 내전(civil war)이 대표적 사례지요. 합의를 못 이뤄 한 그룹이 따로 짐 싸들고 나가버렸어요.
기술적으로는 의심쟁이의 설계 철학 때문에 과하게 많은 컴퓨팅 자원이 중복해서 기록하고 복사해요. 경제성의 눈으로 보면 죄다 잉여인 건 사실이에요. 비트코인 노드만 거의 30만 개 될 거예요. 또한, BIP (Bitcoinimprovement proposal)처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노드 운영자들의 투표(실제로는 제안을 운영에 받아들이는 비율)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므로 합의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돼요.
제일 큰 문제는 분산 컴퓨팅이 갖는 처리속도의 한계예요. 간헐적 기록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대량 거래에는 매우 취약해요. 이게 블록체인이 갖는 기술적 특성에서 나오는 잠재성과 한계성이기도 해요.
2. 직거래: P2P
중앙서버가 없으니 당연히 직거래(direct transaction)가 기본이 되죠.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비즈니스적 함의는 중간자의 소거(death ofmiddle-man)입니다. 이건 어마어마한 이야기예요. 쉬운 UI와 신속한 처리속도 그리고 낮아진 수수료 등의 사용자 경험(UX)으로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의 사례보다 더 엄청난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어요.
쉬운 예로, 해외 송금을 한다고 해봐요. 돈을 외화로 바꿔야 하고, 그 돈을 SWIFT 통해서 해외 은행으로 보내고 그 돈을 현지에서 수령을 해요. 중간에 끼는 미들맨들이 많지요. 각 거래가 처리되는 소요시간도 엄청나요. 해외송금은 짧아도 며칠, 길면 2주까지 걸린다고 해요. 하지만 비트코인 송금은 불과 몇 초에서 몇 분이면 끝나죠. 이 부분에서 거래의 단계가 줄어들면서 시간과 비용의 효율이 막대해요.
하지만 비즈니스 적으로 보면 미들맨의 소거는 블록체인을 보급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현재 기득권을 지니고 있으며 자금과 브랜드가 막강한 기업이나 단체에게, '이제부터 당신 빠져'라고 말하는 거니까요. '싫어'하고 저항하고 훼방을 놓을 수 있어요. 즉 이론적으로는 효율이 증가하지만 실제 실행은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미들맨이 꼭 나쁜 사람들은 아니란 점도 짚어둡니다. 시장을 조성하고 서비스를 알리는 역할은 인정해야 해요. 다만 잘 보면 관행적으로 중간에서 돈만 따박따박 가져가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 부분이 다 블록체인 혁신의 잠재적 적용 지점이에요.
정리하면 미들맨이 중간에서 신뢰나 보장을 하고 수수료 형태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는 블록체인과 상극이에요. 블록체인이 혁신해 버리거나 블록체인이 아직 어리고 실수 많을 때 미리 밟아 버리거나.
3. 신뢰 기술: 보안 네트워크
이 역시 지난 글에서 좀 다뤘어요. 채굴 노드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돌리도록 하고 비트코인이라는 유형의 보상을 줘요. 그리고 분산 노드의 신뢰성 문제(비잔틴 문제)를 작업증명(POW, Proof ofwork)으로 해결했어요. 개노가다로 양 많은 문제를 푼다고 했었죠. 거기에 전 세계 노드의 50% 이상을 10분 내로 동시에 점거하지 않으면 블록체인에 새겨진 거래의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점도 말했어요. 그래서 블록체인이 보안성이 강하다고 하는 거예요.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이 있어요. 블록체인의 운영이 특정 노드에 몰리면 그 노드 하나 정도는 충분히 해킹당할 수 있어요. 거래소가 대표적이지요. Bitfinex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야피존이 해킹을 당해 막대한 암호화폐가 털렸지요. 잡설이지만 해킹당한 게 맞느냐는 의구심도 있어요. 최초의 해킹 사례인 마운트곡스는 경영자가 횡령한 게 발각되었지요. 최근 이 자금을 돈세탁해준 러시아 거래소(BTC-e)는 결국 자금세탁법이라는 실정법 위반으로 문 닫았어요. 해킹당한 거랑 운영자가 빼돌린 거랑 밖에서 봐서는 구분이 어려워요. 이야기가 샜는데, 블록체인 자체는 분산화가 되었을 때 강건하지만 운영상 집중화가 되면 당연히 보안성은 떨어져요.
또 하나 오해가 있어요. 블록체인 (주로 비트코인) 거래를 하면 익명이기 때문에 비밀 보장이 된다고 하지요. 실제로 암거래에도 상당 부분 비트코인이 사용돼요. 하지만 제가 창세기 블록 이후로 모든 거래가 기록된다고 했잖아요. 암거래를 한 사람의 지갑 주소만 알면 모든 어두운 거래를 1원까지 다 추적도 가능해요. 익명이란 점 믿고 나쁜 짓 하면 한방에 가기도 딱 좋아요. 모든 거래를 전 세계에 투명하게 공개하되, 비밀키로 내가 접근 권한만 컨트롤하는 거란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자 지금까지 대략 중요한 키워드를 살펴봤어요.
블록체인은 민주화 기반의 직거래 신뢰 기술이다.
이제 블록체인이 조금 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례 분석
그러면 이 정의를 머릿속에 넣고, 지난번의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흥미로운 사례로 소개했던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잠깐 보고 마칠게요.
음원 저작권의 혁신, imogen heap
이 모델은 직거래에 방점이 있어요. 음원제작자와 음악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죠. 미들맨의 소거에 방점이 있는 모델이에요.
지분 개념의 그림 소유, artstock exchange
여기는 민주화, 직거래, 신뢰 기술 세 가지 키워드가 다 묻어 있어요. 즉, 성장단계에서는 후원 조합 같은 민주적 운영이 가능하고, 미술 도매상, 소매상, 경매사 등 미들맨을 배제해요. 또한 미소 지분을 블록체인에 새겨놓으니 신뢰성이 증가해요.
컨텐츠에 직접 과금하는 steemit
여기에 가장 큰 효과는 미들맨의 소거예요. 컨텐츠 플랫폼 운영사가 가져가는 몫을 줄여 저자나 컨텐츠 소비자에게 더 돌려주는 구조가 돼요. 그로 인해 컨텐츠 순위 조작, 어뷰징, 과도한 광고로 컨텐츠 유통이 왜곡되는 상황을 줄여 미디어 소비자의 의도가 좀 더 잘 반영되는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요.
지금까지 블록체인을 한마디 정의로 줄여 봤어요. 그리고 그 의미를 새겨봤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맘대로 줄인 정의를 도구삼아 흥미로운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분해해 봤어요.
거듭 말하지만 뭐 제가 잠깐 생각해서 만든지라, 완결되고 이쁜 정의는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 정도 머릿속에 넣고 다니면 블록체인 관련 이해를 하거나 혁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