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그 누구도 알려준 적 없는 특급여행 노하우
여행의 매력은 여러가지입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이질적이며 신선한 자극, 약간의 모험 그리고 우연과 임의성의 강한 개입. 그래서 뉴욕이나 파리, 런던 같은 대도시는 가고 또 가도 매번 새로운 매력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휴양지는 시공간의 전환에서 생기는 여유가 즐거움의 원천이고요.
이 책 자체가 제겐 하나의 여행이었습니다.
Nigel Holmes, 2012
비주얼 씽킹과 디자인 씽킹 공부를 하다 듣게 된 이름인 나이젤 홈즈입니다. 터프티와 함께 인포그래픽의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집니다.
뭐 대략 이렇게 양극을 형성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중 나이젤 홈즈의 책을 찾다 이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여행에 대해 인포그래픽을 그린다면 어떨까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뚜껑을 열고보니, 정말 웃긴 책입니다. 세상 쓸데없는 지식을 다 모아두었습니다.
악어를 만났을 때 대처법
황소달리기 참가하는 법: 흰옷에 빨간 머플러 두르고 7:30까지 Cuesta de Santa domingo 앞에 집결한다
추락하는 비행기 조종법: 관제탑에 연락해서 지시를 따르라
가라앉는 자동차 탈출법: 물에 잠기면 수압으로 문이 안열린다. 빠지자 마자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아니면 유리창을 깨라
급하게 아기 받는법: 아기는 보통 저절로 나온다. 탯줄 두군데 집어서 자르고 태반까지 받아라.
킬트 입는법: 속치마 위에 겉치마 두르면 된다. 거친 춤을 출 수 있으니 팬티는 꼭 입기
모래늪에 빠지면: 긴 막대를 땅에 걸치고 수직으로 기대며 빠져나온다. 나와도 계속 땅에 붙어 있기
숙취해소법: 물 많이 마시고 커피는 삼가라.
이외에도 젓가락 사용법, 복어 먹는법, 악어 대처법, 상어 대처법 등등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 말로 엄마는 어떤지, 이성 꼬시는 법도 있습니다.
핵심은 여기 있습니다. 너무 들쭉 날쭉 랜덤해서 어따 쓸까 싶은 내용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국적(exotic)입니다. 왠만한 해외여행은 국내여행의 연장선 쯤 느껴지지만, 황소에서 달아나거나 추락하는 비행기, 가라앉는 자동차에서 탈출하기라니요. 생길리 없는 일이라 상상을 자극하고 재미납니다. 구석구석 읽게 됩니다.
여기에 인포그래픽의 위력이 나옵니다. 쓰잘데 없고 생길리 없는 일일지라도 마법적으로 이입해서 보게 만드는 그래픽의 힘입니다. 딱히 예술적이지 않고 그닥 사실적이지 않지만, 텍스트의 전달효과를 배가합니다.
독서의 원래 목적인, 인포그래픽 대가의 독특한 표현도 물론 조금 배웠습니다. 예컨대 적도 주위 물과 육지를 한눈에 표현한다든지, 전세계 산의 고도를 대륙별로 sorting 해서 탁월하게 표현한 점, 칵테일 레시피를 순서에 따라 원에 딱 넣어버린점 이라든지요.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독서였습니다.
Inuit Points ★★★☆☆
지금까지 어느 여행책보다도 더 재미나게 읽은듯 합니다. 우연과 임의성에 흠뻑 젖는다는 면에서, 출장으로 떠났다가 모험을 헤메고 돌아온 느낌입니다. 종종 펼쳐 다시 읽어볼듯 합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