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관한 에세이라니.
'아무튼, 술'로 처음 알게 된 아무튼 시리즈입니다. 김혼비 작가님을 좋아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었던지라, 제겐 '아무튼, 혼비' 느낌이 강했지요. 후에, 방콕 여행을 앞두고 '아무튼, 방콕'을 읽었고 시리즈 퀄리티에 만족했습니다. '아무튼, 떡볶이'는 참았습니다. 관심은 무척 가지만, 읽고 나면 거리로 나가 저도 모르게 떡볶이를 먹고 있을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전 다른 책 읽다가 '아무튼, 택시'란 것도 있다고 해서 바로 샀습니다. 택시? 이건 궁금해 못참지.
금정연 2018
택시는 여러 상념이 드는 교통수단입니다. 대중교통이지만 개별 맞춤 서비스고, 퍼스널하지만 프라이빗하진 않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버스나 지하철 같은 진짜 대중교통보단 비싸지만, 런던이나 뉴욕, 도쿄처럼 살벌하게 비싸진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음주기반 모임이 많고 택시는 흔한 경우 그 궁합이 찰떡이지요. 그래서 저도 차를 안가지고 다닌지 여러해가 되었습니다. 택시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택시에 관한 글을 쓴다고?
형식과 소재가 매우 궁금해 읽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저자 금정연은 자타 공인 '택시타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하도 좋아해서 택시 탑승일지를 쓰기도 하나봅니다. 그러다 '아무튼 시리즈'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책은 일지를 토대로 시간적, 의미적으로 주요한 에피소드를 재기넘치는 글로 적어두었습니다.
전 이 참에 알게된 작가인데, 금정연 작가는 글맛이 좋네요. 주로 자학개그 류지만 섬세한 감정과 눙치는 서술이 적절합니다. 그야말로 술술 잘 읽히고 고개 끄덕끄덕 공감도 갑니다. 예컨대, 레닌 동상을 '택시잡는 포즈'로 서있다고 표현하는데, 이제 전 그 동상은 그렇게만 보일듯 합니다.
좋은 에세이의 미덕은 진솔함입니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생각의 꼬투리를 잡아내 글로 엮다보면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의 만족, 불쑥불쑥 찾아오는 자의식,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 대중에 약한 모습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공포. 이 감정에 눌리면 아무도 읽지 않는 중2병의 세계정복 이야기나, 감동없이 사건만 나열되는 방학숙제 일기가 되어버리지요.
저자는 수많은 에피소드마다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갈등상황 생기면 꾹 참고 회피하기, 악착같은 진도욕심 안내기, 썼던 글 또 우려먹기에 대한 악플을 낄낄대며 받아들이기, 파워포인트 할줄 몰라서 즉흥강연만 한다든지, 서울티켓으로 동대구행 버스 타서 쫓겨난 일, 동료작가랑 술먹기 싫어하는 일 등등.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겪을뻔한 내용을 담백하게 적다보니 이입도 잘되고, 작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결국, 미소지으며 재치있는 글을 따라가다 깨달음을 얻습니다.
도시의 택시란, 적절한 익명과 거리두기의 상징이구나.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하는 불편한 마음과 귀가 직전의 안도감이 혼재된 감정이구나.
Inuit Points ★★★☆☆
짧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읽고 택시가 더 사랑스러워지진 않지만, 무언가 좋아하는 행위를 그 자체로 탐닉해보는것도 재밌겠다는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글솜씨가 재미난 작가, 글속 페르소나지만 애정가는 캐릭터를 알게된점도 좋았습니다. 글에서 무심하게 밝힌 고등학교가 저랑 같아 약간 더 마음이 가기도 했지만요. 별셋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