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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May 28. 2022

언택트 교육의 미래

  

주장 1

교육은 이제 신세계로 접어 들었다. 영상을 통해 오프라인과 거의 동일한 경험을 할수 있는 기술이 나왔고,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학생마다 맞춤 교육을 통해 최적의 교육을 최저의 비용으로 서비스 할 수 있다. 
주장 2

100년전에 사람을 얼렸다가 지금 깨워서 동네를 돌아다니게 해보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교실이다. 낙후된게 아니라,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거다. 

어느 주장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깊이 생각 안하고 피상적으로 전 주장1에 가깝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Failure to disrupt

부제: Why techonology alone can't transform education

Justin Reich, 2021 


교육업체에서 DT하시는 분의 소개로 읽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교육, eClass는 제가 사업적으로 그닥 관심이 없는 분야라 잘 모릅니다. 이 참에 개괄하자 생각했습니다. 읽다 보니 생각할 점이 많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결론입니다. 

온라인 대량 교육은 실패했다.

저자 라이크는 단언합니다. 하지만 1세대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 연구자이기도 했던 저자가 대량온라인교육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면 크리스텐슨 류의 파괴낙관주의적 입장을 깨부수는 책입니다. 즉 '기술이 뛰어나므로 교육의 무게중심은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이다', 또는 '가야한다', 아니면 유사 논제: '대학의 상당수는 사라질 것이다.' 같은 주장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말하면 두가지입니다. 아직 기술이 그정도까지 가지 못했고, 현장에는 아직도 수용하기 어려운 문화적 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아직 모자라다는 점이 저는 제일 놀라웠는데요. 대량교육은 교육의 순서를 정하는 주체에 따라 세가지로 나뉩니다.

강사주도(instructor-guided), 알고리듬 주도(algorithm-guided), 동료 주도(peer-guided)입니다. 


강사주도는 흔히 말하는 mooc가 대표작인데요. 특성상, 자기조절 학습 역량이 있는 사람이 교육을 이수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미 학위가 있는 사람의 추가적 학위(마이크로 석사, 나노 학위 등) 공부로는 적당하지만 저소득, 저학력, 저연령엔 매우 성과가 안 좋습니다. 결국 학습의 부익부 빈익빈, 또는 교육의 마태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알고리듬 주도는 수행수준에 맞춰 다음 진도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점은 평균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즉 덜 좋은 교사의 단점은 커버가 되지만 뛰어난 교사의 장점은 알고리듬에 의해 희석됩니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학습 알고리듬 중 그나마 작동하는건 단 하나입니다. 40년 묵은 IRT(item response theory) 방식인데, 이건 자동채점(autograder)이 되는 분야로 교육의 효과가 국한됩니다. 예컨대 수학 일부과정과 초급 독해 보충수업 정도입니다. 이 마저도 자동채점기를 사용한 온라인 교육 도우미만 있어도 됩니다. 굳이 적응형 온라인 교육을 탈을 씌울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나마 저자가 온정적으로 보는 건 동료 주도 같습니다. '지식은 네트워크에 존재한다'는 명제를 받아들이면, 좋은 교육 환경은 풍성하고 밀도높은 커뮤니티를 조성하는겁니다. 이런 커뮤니티 환경에서 교육은 꽤 효과가 높습니다. 하지만 동료주도의 문제점은, 교육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미로처럼 혼란스러워 정규적인 서비스는 거의 힘들다는 점이지요. 


여기에 보수적이고 관성이 성향인 교육현장이 더해지면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결국 외화내빈의 교육기술을 가지고, 바뀌지 않으려는 교육 현장에 적용하려니 당분간 결과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Inuit Points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별로 관심도 안가던 온라인 교육의 실상에 대해 좀 더 알게된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저자가 연구자 출신이라 글 내내 매우 엄정한 시선을 유지한다는 점은 새겨서 읽어야 합니다. 실증적으로 효과가 나지 못하는걸 억지로 좋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학자 특유의 신중한 측면은 감안하고 읽어야합니다.  


책 전반에 크리스텐슨 선생에 원한 맺힌듯한 어투는 슬몃 미소가 나옵니다만 저자의 투명한 시선이 사안을 이해하는데는 무척 도움이 됩니다. 형태가 책이지 거의 논문처럼 빼빽하고 치밀하게 논리를 쌓아갑니다.


과학으로 교육을 조직화할 수 있다고 믿은 쏜다이크(thorndike)가 존 듀이(교육은 기존의 이해바탕위에 새로운 이해를 하는거고, 사회적 구성이다)를 이겼다고 여겼던 10년이 지나고 다시 존 듀이가 우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강제 언택트의 시도도 많았고, 현장도 갈수록 수용에 유연해질테니 듀이와 쏜다이크가 화해하는 시점이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별셋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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