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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Jun 06. 2022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몇년전 영국 집값이 살인적으로 올랐을때, 어떤 사람의 기사가 인상깊었지요.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스페인으로 거처를 옮기고 비행기로 런던을 출퇴근한다는 내용입니다. 당시는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항공 비행기표가 왠만한 기차표 정도 했으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었겠지요. 


저자도 결이 비슷합니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 상 출퇴근이 없는 대신, 한번 공연에 나서면 며칠을 머물다 와야하는 상황. 차라리, 아내의 모국인 프랑스 시골에 싼 집을 얻고 영국으로 일을 나가는게 더 나아보입니다. 널찍한 농장에 동물 키우며 목가적으로 지낸다면 가족에게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계획은 그럴듯합니다. 실행에 옮기기 전까진 말이죠. 

A la mod: My so-called tranquil family life in rural France

Ian Moore, 2013 


말 두마리, 고양이 세마리, 개 두마리 그리고 닭들이 저자의 세 아이들과 뛰노는 삶. 목가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은 큰 대가가 감당하고 있지요. 매일 작은 동물원을 먹이고 똥치우고 청소하다 하루가 갑니다. 때되면 동물들이 하나씩 아프고 다치고 사라졌다가 돌아오거나 혹은 못 옵니다. 당연히 여러 생명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크지만, 그 지탱을 위한 노동과 시간, 돈의 헌신은 녹녹치 않습니다. 


뿐인가요. 런던 교외 도회지에서만 살던 사람들이 시골 계곡 마을로 들어가면 적응도 쉽지 않습니다. 주민의 관계망 속으로 들어가야합니다. 시골이라 노동력도, 자원도, 다양성마저 모두 희귀한 곳에서 강제로 소박한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도시에선 너무도 당연하고 빤한 일이, 산골에선 일일히 신경쓰고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돌아가니 꽤나 고달프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도 당연히 좋은 것들이 더 많아 참고 지내겠지요. 이 글의 매력은 이런 자질구레하고 짜증스럽거나 당혹스러운 일들을 끊임없는 유머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스스로를 비하하고, 천연덕스럽게 과장을 하는 영국식 개그는 독특한 소재를 얻은 코미디언이라는 화자를 만나 빛을 발합니다. 책으로 읽다가 킥킥 웃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재미난 점은 친구보단 앙숙에 가까운, 라이벌 의식 충만한 두나라,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비교입니다. 부부가 태생이 다르고, 출장으로 시도때도 없이 본국을 방문하니 절로 비교가 됩니다. 솥단지 걸고 살아야만 알수 있는 부분들까지 소상히 적어 두어 재미도 있고 느낀점도 많습니다. 영국인이 프랑스 보는 시각, 부러워하는 점, 폄하하는 점이 점잖지만 또렷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이런식입니다.. 

프랑스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 파리사람, 시골사람 그리고 공무원. 


제가 배운게 하나 더 있습니다. 모드 족(mods) 입니다. 주인공의 정체성이자 책의 재미요소입니다. 예전 로커즈(rockers)랑 경쟁하다 구도가 정리된 후 리추얼만 남아 패션 양식이 된거 같은데, 깔끔한 정장을 고집합니다. 정장 차림으로 목장일, 청소를 하는게 저자의 자부심입니다. 모토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깔끔하자'니까요. 


Inuit Points ★★

유머가 넘치고 유쾌하여 술술 잘 읽힙니다. 이런 류의 책이 종종 빠지는 전형성이나 클리셰를 솜씨좋게 비껴갔습니다. 사람이 보이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일겁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별셋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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