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전문성 vs 폐쇄성, 오독
I will touch base with you soon.
(뭐라고?)
미국에서 영업할 때 종종 들은 말입니다. 메일이나 헤어질 때 주로 나오지요. 대화 맥락상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뜻은 명료하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사전 찾아보면 '접촉하다'라고는 나오지만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감이 안 잡힙니다. 책에서 배운 적은 없으니 그땐 그냥 현대 미국 표현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아침에 운동하며 HBR 팟캐스트를 듣다가, 수년 된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게 미국의 비즈니스 자곤(은어, jargon)이었던 거지요.
Business jargon in multi-cultural context
언어역사학자가 게스트로 나온 이 방송에서는, 권장하지 않는 유형의 자곤입니다. 미국 야구에서 유래한 말이라 다문화적 상황에서는 오해 또는 소외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번에 주장이 공감되었습니다.
Different usage
Out of the box thinking 이란 말이 있습니다. 틀을 벗어나는 사고방식을 말하지요. 방송에서는 고전적인 9 dot 퍼즐에서 나왔을 거란 추정을 합니다. 언어가 처음 나타난 시대와 초기 용법 등으로 최대한 합리적 추정을 하는 방법론인가 봅니다. 보통 box라고 할 때 3차원 상자 생각을 했던 저로서는 '아하!' 하게 되는 유래였습니다.
아예 뜻이 많이 달라진 용법도 있는데, 예컨대 synergy입니다. 최초의 용례는 신학에서 인간이 노력을 다한 상태에서 신의 축복이 곁들여지는 결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노력 대 노력의 상승적 총합이란 현대 비즈니스에서의 용법에 비하면 진인사대천명에 가까우니 흥미롭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이는 bootstrap은 아예 반대의 용법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신발 뒷끈으로 스스로를 들어 올리는, 불가능하고 (때론 어리석은)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하네요. 지금은 스스로 힘으로 시작하는 자결적 의미이니, 세월 따라 아예 사물의 뜻을 달리 해석한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Visual description
방송에서 좋게 평가하는 자곤은, 누가 봐도 이해가 가면서 복잡한 상황을 함축하는 언어입니다. Low hanging fruit나 move the needle 같은 말이지요. 따기 쉬운 열매나, 계기판의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은 직관적이면서 설명력을 높입니다. 이중 quick win을 뜻하는 low hanging fruit은 1990년대 포춘지에서 인텔 관련해서 처음 쓴 걸로 보인다니 비교적 새로 생긴 말이란 점도 흥미롭습니다.
Jargon in the domain
지금 말한 예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언어이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각 분야마다 쓰는 말들이 있습니다. 법조계, 재무, 마케팅이 대표적이고, 흔히는 약자(acronym) 빌런들로 시작해서 독특한 동사, 예컨대 데이터를 말아달라던가, 까대기를 한다든가, 콜을 쳐낸다든가 말입니다.
이런 비즈니스 은어는 효율적이면서도 은밀한 유대감을 공유하는데 좋지만, 과하면 소통의 효율성이나 전달력이 나빠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보니 우리나라에도 각 기능집단마다 독특한 자곤들이 많을 것 같네요. 처음 듣고 이해 안 갔던 우리말 비즈니스 은어가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