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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Sep 24. 2022

더 믹서

한줄 요약

쓸데없이 방대하고,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꼼꼼히 관찰한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것. 
The mixer

Michael Cox, 2017 


산업 규모 감안하면, 축구 관련한 책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흔히 PL이라 부르는 프리미어 리그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덜컥 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방대해서 오래 걸렸습니다. 


책은 잉글랜드이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어떤 변천사를 겪었는지 선수, 감독, 구단 등의 층위로 역사를 기술하듯 편년체로 적었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건, 지금은 EPL이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었지만, 예전 영국 리그는 엉망이었다는 점입니다. 경기장에 잔디도 제대로 없어 겨울이면 진흙탕에서 축구를 해야했고 그러니 패스 축구 하는 팀은 겨울을 못버팁니다. 롱볼 때리고 머리로 우겨넣는 팀이 유리하죠. 팬도 구단도 그래 축구가 예전 영국에선 가난한 스포츠의 대표 격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중계료만도 어마어마해서 세계 최고의 선수와 감독이 가는 리그가 되었지만요. 


제 관점에선 예전 잉글랜드 축구란게, 마치 로마 정복전 야만시대 같습니다. 유럽에서 전술이 졍교화되고 과학적 관리기법을 동원할때도 잉글랜드는 동떨어져 지냈다고 합니다. 예컨대 곧 출전할 선수랑 경기전까지 와인 한잔 한다든지, 상대에 따른 맞춤 전술 따윈 있을 수도 없고, 출전 선수 명단도 직전에 발표할 정도로 우격다짐 스타일이었습니다. 


결정적 분기는 아스널과 벵거입니다. 유럽을 배우고자 아스널에서 벵거를 영입한 후 과학적 관리를 체화하지요. 재미없는 롱볼의 아스널의 체질을 바꾼건 덤이고요. 


무엇보다 리그의 가장 큰 공로자는 퍼거슨 감독입니다. 챔피언스 리그를 나가면서 잉글랜드 축구가 변방의 스포츠, 우물안 개구리란걸 깨닫고 끊임없이 선수단과 전술을 개선합니다. PL에서 통하는 레벨을 지나 유럽의 정상을 겨냥하여 팀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입니다. 결국 퍼거슨의 드림 팀인 유벤투스를 꺾고나서 그리 좋아했다고 하지요. 


그 뒤엔 이베리아 감독의 시절이 있습니다. 모리뉴와 베니테스는 상대 맞춤 전술로 질식적인 경기력을 보입니다. 덩달아 수비축구의 유행을 이끌기도 했고요. 이후 이탈리아 감독의 시절이 옵니다. 안첼로티, 만치니, 카펠로의 정교한 전술로 티키타카 점유율 시대를 맞이합니다. 반작용으로 포스트 점유율 축구를 이룬 포체티노의 압박 축구와 콘테의 3백 축구가 뒤를 잇습니다. 


Inuit Points ★★★

EPL 초기는 이름만 가물가물 기억나는 선수들이 많아 덜 재미났지만, 최근 이야기로 접어들면서 재미가 배가 됩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지요. 

불과 30년만에 변방의 초라한 리그가 종목 불문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된 저력은 무엇인가. 

결국 돈이지만, 그 돈이 쉽게 몰려들도록 받침이 되는 이면이 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재미난 경기력을 제공하고,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현장이죠. 어느덧 역사가 기니 책 초장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뒤에는 감독으로 재등장하는 인물도 꽤 많습니다. 축구 좋아하니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별 셋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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