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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Oct 01. 2022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여섯가지 놀라운 발견

현미밥이라기보단 티라미스 같은 글을 쓰는 스티븐 존슨입니다. 매끼 먹긴 힘들고, 딱히 영양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미각을 만족시키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을 바꾼 여섯가지 발견이라니, 게다가 목차를 보니 뻔한 내용은 없습니다. 예컨대, 바퀴, 증기기관, 비행기 등이었다면 살포시 접었을겁니다. 하지만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이라니요. 목차만 봐도 궁금증에 조바심이 납니다. 

How we get to now

How we get to now

부제: Six innovations that made modern world

Steven Johnson. 2018 


이 책의 지향점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유리를 에로 들죠. 538도 되어야 성질이 발현되는 이산화규소가 우연으로 발견됩니다. 이는 보석의 가치를 갖고, 유리를 인공적으로 재현해내는 장인들이 세계의 수도격인 콘스탄티노플에서 피어납니다. 교황의 도시가 함락당하고 이들이 다시 모인 곳이 베네치아.


돈 되는 산업이지만 뜨거운 화덕 때문에 불이 자주 나니 지방정부는 그들을 인근의 섬으로 이주시킵니다. 이렇게 무라노는 유리장인들의 섬이 되지요. 


자, 이제 이곳은 중세의 실리콘 밸리가 되어 글로벌 공급과 혁신의 온상이 됩니다. 결국 투명 유리의 제법을 발견하지요. 세월 더 지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인류는 노안이란 문제를 실감합니다. 이때 유리는 확대경을 만듭니다. 돋보기에 이어 안경이 나오고, 다시 현미경이 발명되어 미생물 연구의 초석이 되지요. 천체까지 보는 망원경도 나오고, 뒤이어 카메라, TV까지 모든 기기에 유리는 필수 요소가 됩니다. 


다른 물성을 토대로 탄소강화섬유(FRP)로 재료의 혁신을 이루고, 광섬유를 통해 통신의 혁신에 이바지하지요. 즉, 고대엔 만드는 방법조차 몰라 보석같은 물건이 혁신기기의 핵심부품이 되었다가 주요 물성을 가진 재료로 보편화되면서 우리 삶을 바꾸는 길목에 존재했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의 서술은 이러합니다. 

저자는 롱 줌(long zoom)이라 부르는데, 긴 역사라는 관점에서 어떤 현상과 개념을 조망합니다.  


냉기를 보죠. 보스턴의 얼음을 통째로 더운지방에 수출하려 애쓴 이후, 냉장고, 냉동기, 냉동 포장, 급송냉동으로 진화합니다. 인류의 식생활의 시공간은 넓어지고 서식지가 확장되고 개체수가 늘어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에어컨으로 인류 평화를 이룬건 덤이고요. 저자는 캘리포니아와 남부지역에 인구가 늘면서 냉기가 정치적인 영향까지 미쳤다고 파악합니다. 인구 구성이 변하면서 지지성향이 바뀐데 에어컨 영향이 있다는 거죠.


소리와 청결도 유사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즐거워지고 오래살거나 건강해지게 됩니다. 특히 시간은 재미납니다. 원래 있던 시간이지만 측정을 위해선 많은 과학적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항해 거리가 늘면서 경도의 추정이 필요했고 기차가 발명되면서 시차를 정식화 해야 했습니다. 


전 빛의 역사를 보며 여러 상념이 들었습니다. 동물의 기름에 의지해 밤을 밝힌 지도 오래지 않지만, 전기를 통해 대낮같이 밝은건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시 하지만, 빛이 없는 삶을 상상해보면 끔찍합니다. 불편을 넘어 위험할정도지요. 이런 기술을 단지 고마워하는 걸 넘어, 그 혁신위에 어떤 혁신이 또 얹혀질지 생각해보는 재미도 많았습니다. 


Inuit Points ★★★

저자는 다른 책에서도 주창하는 느린 직감(slow hunch)의 관점에서 혁신을 조망합니다. 확실히 저자는 상업적 글쓰기에 통달한 사람입니다. 교훈은 알아서 생각하되 컨셉과 구조의 명료함, 주목을 휘어잡고 전진하는 흡인력 모두 좋습니다. 이게 대단한 능력 같습니다. 전 통신과 빛, 냉기가 보편재가 아니던 시절도 예전 살짝 경험한 터라 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별 셋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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