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오르는 사람들 : 까미노 데 산티아고
1189년 가톨릭 성지로 지정된 이후 많은 신자가 성 야고보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를 향해 길을 떠난다. 대부분의 사람은 순례의 목적으로 혹은 지은 죄를 속죄받기 위해 길 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800년이 지난 지금, 매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를 찾는다. 과연 이들도 과거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길 위에 오르는 것일까?
까미노 공식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순례길의 오른 사람들은 전체의 약 40%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60%의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어떠한 목적으로 짧게는 100Km, 길게는 800km의 길을 걷는 것일까?
사람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다.
매일 20~30km의 거리를 꾸준히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적어도 일주일에서 한 달 가량은 걸어야 하기에 이는 만만치 않은 자신과 싸움이 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잊힐 만큼 벅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저렴한 비용으로 스페인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다.
순례길에선 하루 약 3만 원 정도의 금액이면 여유 있게 먹고 마시고 잘 수 있다.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하루 숙박비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스페인을 여행하고 순례길까지 걸을 수 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잊지 못할 추억도 쌓을 수 있다.
이런 점이 여행을 좋아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마음의 힐링을 하기 위함이다.
한시도 스마트폰에 손을 뗄 수 없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마음의 휴식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바쁠 것도 경쟁할 것도 없는 평화로운 길이다.
걷고 싶을 때 걷고,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면 되고 힘이 들면 하루 쉬어가기도 하며 그렇게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길 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지친 마음의 휴식을 한다.
이렇듯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이상 종교적인 이유만이 아닌 도전, 낭만 그리고 건강의 이유로 걷는길이 되었다.
세월의 흐름만큼 길을 걷는 이유도 변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기쁨을 선사해주는 ‘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를 향해 걷는 이 길 만큼은 변치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