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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부인 Jul 10. 2020

날짜 부자 - 743개의 보물

매일매일


첫 술을 빚었다. 정성 가득 빚은 이 술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날을 기념할 수 있게 지어보자 마음먹었다.

2020년의 5월 13일, 나는 첫 술을 빚었고 2019년의 나는 칸쿤에 도착했고 2018년의 나는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2년 전 오늘이 내 평생의 잊을 수 없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날이었던 것이다. 더 고민할 이유 없이 내 첫 술의 이름은 '피레네 513'이 되었다.


이후 다섯 번의 술을 더 빚었다. 그리고 '보고타 521', '로스트시티 527', '파블로 607', '잉카 624', '티티카카 707'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술을 빚고 과거의 오늘을 찾으러 사진첩을 들추다 보니 작년의 아니면 재작년 어제, 오늘 혹은 어느 날의 나는 매일매일이 특별했다. 매일매일 술을 빚더라도 다른 이름을 지어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매일매일이 특별했다. 여행은 나에게 각기 다른 빛을 가진 743개의 추억 구슬 주머니를 선물해 준 것이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

나는 부자다. 날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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