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53

오늘, 폰과의 결별을 꿈꾼다

by 바나

나는 때때로 휴대폰을 숨겨둔다. 너무 많은 시간 휴대전화에 매여 있다 싶을 때는 자발적으로 분리 조치를 취한다. 물론 숨겨둔 곳은 알지만 두어 시간은 내버려둔다. 그 시간에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고 평소보다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휴대전화를 보지 않으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아진다. 물론 그 사실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아도 알지만 좀처럼 자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강제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지긋지긋하고 지독한 휴대폰 의존증.


20대 초반에는 휴대폰이 없었다. 모두 이 작은 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에 어쩐지 반발심이 들어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지인과의 연락은 당시 어디에나 있었던 공중전화로 충분했다. 동전 떨어지는 속도에 조바심을 내며 나누는 대화는 생기가 넘쳤다. 행여 배낭여행이라도 떠나면 오랫동안 오롯이 홀로였다.


지금은 어떤가. 간간이 반가운 연락이 오지만 대체로 쓸데없는 광고성 문자가 알림을 울리고 정신을 쏙 빼놓는다. 여행을 가면 실물을 즐기기보다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SNS마저 했다면 온종일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중독적인 것들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요즘, 이만큼 중독적인 게 없음에도 멀어지기 어려운 사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제 하루를 반성하며 오늘 다시 폰과의 짧은 결별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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