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52

끌어당기는 힘

by 바나

어제는 카페에 앉아 비 내리는 창가를 한참 바라보았다. 작은 토분에 심어진 아이비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잎들이 봄결처럼 살랑이며 흔들린다. 비가 그치면 본격적으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유럽의 농가주택처럼 꾸며진 작은 공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오래 사용해 모서리가 닳은 나무 테이블과 모양이 제각각이라 보는 재미가 있는 의자들, 조도가 세지 않아 은은한 조명과 소박한 문양의 소품들까지. 모두 세월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이다.


주인장의 취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런 장소는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나에게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물건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으면 저마다 질서있게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두 제 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미니멀한 삶을 동경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꾸며진 이런 공간을 좋아하는 건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천성처럼 느껴진다. 안온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장소에서 그 분위기를 이루는 것들을 가만히 살펴보는 일은 조금도 지겹지 않다.


저 물건들을 어디서 구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나하나 정성껏 골라 잘 관리한 느낌이 든다. 소중히 대접받은 물건들은 태가 난다. 마음을 쏟고 정성을 들인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허름해 보이지 않는다.


‘느낌이 좋다’는 말은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우리 내면의 무언가를 건드린다는 뜻이니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것,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러니 내가 머무는 곳이,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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