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다른 시간 속에 산다
유석이 이모는 40년을 정신병동에서 보냈다. 엄마가 이모의 보호자가 된 지도 딱 그만큼이 되었다. 어제는 겸사겸사 이모를 모시고 외출을 했다. 병동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면 강박적인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꾸준히 소통을 하는 환자들은 상황이 조금 낫겠지만, 이모의 경우 오로지 홀로 시간을 보내므로 내면으로 점점 더 깊이 침잠하고 있다.
이모는 놀랄 만큼 자립적이다. 엄마네 고집스러운 기질이 고스란히 이모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거부한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홀로 걷고 홀로 씻고 홀로 식사한다. 불편한 다리를 생각해 팔이라도 잡아드리려 하면 매몰차게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러니 아무리 불편해 보여도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된다.
이모의 속도는 평범한 사람들의 속도와는 다르다. 너무 오랜 시간 세상과 유리된 채 살아왔으므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일상의 속도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쁘게 달리는 데 익숙한 나는 자주 멈춰 서야만 한다. 더 느리게 걷고, 더 오래 인내한다.
어린 날에는 평범하지 않은 이모가 낯설기만 했다. 이제는 아이처럼 느껴지는 그녀 앞에서 새삼 삶을 고민하게 된다. 이모의 삶이 어땠는지 섣불리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이모의 속도를 이해해 보려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