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어제 우연히 TV를 보다가 인상 깊은 말을 들었다. 베테랑 농부가 초보 농부에게 조언을 하는데, 초봄에 너무 따뜻한 환경에서 미나리를 키우면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편안하고 안온한 환경에서는 잎만 무성해질 뿐 줄기가 두꺼워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나무가 패이거나 상처를 입으면 그 부분에 옹이가 생기며 다른 곳보다 더 단단해지고 독특한 무늬가 만들어진다. 식물의 성장 방식이 놀랍도록 인간의 것과 비슷하다. 시련과 극복의 엄청난 서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힘든 기억을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다.
성장은 필연적으로 상처의 기억을 훈장처럼 지닐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일 때부터 고난의 행군은 시작된다. 아이들은 밥 한 술을 입에 넣기 위해 수없이 흘리고, 일어서고 걷기까지 끝없이 넘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니 한 존재가 온전히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시행착오가 있을지 굳이 말해 무엇할까.
인간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요즘, 성장통을 견디고 지난한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온 모든 이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가며 그들이 겪었을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일 리 없다.
내면에 생긴 상처들이 크고 작은 옹이가 되어 삶을 한층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게 생긴 굴곡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독특한 결이 된다. 저마다 다른 무늬를 지닌 존재로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