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만끽하는 법

행복도 습관이다

by 바나

작은 일에 쉽게 감탄하는 편인가요?

혹시 매사 무신경하고 심드렁한 상태는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시들어버린 감성을 되살릴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행복을 느끼는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요, 학습되는 걸까요? 저는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인물 그 누구도 타고난 능력만으로 높은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겁니다. 이처럼 어떤 능력이든 꾸준히 개발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말지요. 행복감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은 실로 오랫동안 오해되어 왔습니다. 실체가 없으니, 행복이라고 불릴 만한 상태를 이상적으로 규정지어야 했지요. 사람들은 인과율에 따라 어떠한 조건에 대한 결과로서 행복이 주어진다고 여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행복 자체가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내는 '조건'이 되었지요. 그렇게 외적인 조건을 찾아 헤매는 동안, 행복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아스라이 멀어져갔습니다.



저 역시 행복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한창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시절, 저는 옷에 집착했답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져야 직성이 풀렸지요. 그러나 물건을 살 때 느끼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옷으로 꾸며도 어쩐지 초라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지요. 낮은 자존감을 애써 포장했지만, 그럴수록 결핍감만 더해질 뿐이었습니다.



대단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엄청난 물건을 소유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면, 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타인의 눈에 외적인 조건이 아무리 완벽해 보이더라도, 여전히 불행 속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 행복으로 이끄는 '필수불가결한 외적 조건'은 없다는 말이지요. 저는 행복을 한순간의 감정이라기 보다, 삶에 대한 태도이자 지속적인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것들을 섬세하게 살필 줄 아는 감수성입니다. 어떤 이들은 별것 아닌 일에 쉽게 감탄하지요. 일견 호들갑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삶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예쁜 들꽃을 보고 탄성을 내뱉고, 해질녘 석양에 탄복합니다.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마음을 빼앗기고, 자그마한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지요.



감탄을 하는 순간 소위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내적 조건을 지닌 셈이지요. 사실 아이들은 모두 충만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공터에 핀 들풀을 꺾어 다양한 색의 풀물을 빈 병에 가득 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빛깔의 향연에 정신없이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놀이는 감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놀이에 있어서 아이들은 모두 뛰어난 발명가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너무 많은 것들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부모의 노파심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력이 사장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교육적 인식이 바뀌어 감수성을 억누르던 과거의 지식 교육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좋아하는 시가 있으신가요? 저는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필사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발췌한 시를 편지에 적으면, 감성의 팔 할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특히 자주 인용했던 시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당신의 손 안에 무한을 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아름다운 시구이지요. 시인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마주하는 모든 사물에 우주적 신비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지요. 별것 아닌 들풀도 오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놀라운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법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살아오며 미소한 것들을 포착하는 감수성을 키워왔을 것입니다. 이처럼 삶을 지탱하는 것은 원대한 무엇이 아니라, 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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