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두고 글을 쓴다고 한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매일 연습을 통해 실력을 다듬는 것처럼, 프로 소설가인 그도 글의 샤프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분투하는 것이다. 글쓰기를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는 게 결코 쉬울 리 없다.
그날의 컨디션이 좋은가 나쁜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든 아니든 매일같이 자리에 앉아 자신의 글을 마주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 짧은 글을 쓸 때도 잘 안 써지는 날이면 그냥 포기하고 쉬고 싶다. 사실 오늘도 그랬다. 하물며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라면 훨씬 부담이 클 것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온몸과 온마음으로 마주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타인이든 자신이든, 혹은 자신의 창작물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나는 인내와 용기로 마주 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회피하지 않고 어려움을 마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자신감을 존중한다.
살면서 자주 회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회피하기도 했다. 그 순간을 마주 보기가 두려워 등을 돌렸다. 이제 와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할 생각은 없다. 그저 오늘도 용기를 내어 빈 화면을 마주한다. 그렇게 하루를 담담하게 채워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