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즐기는 법
눈이 오고 있다. 이 나이가 되어도 눈이 내리면 설렌다. 단단히 무장하고 집을 나선다. 쌓인 눈 위로 첫 발자국이 생긴다. 걷는 걸음마다 발자국이 졸졸 따라온다. 멈춰 서서 눈을 움켜쥔다. 기분 좋은 차가움이다. 얼마간 눈을 가지고 놀다가 이내 꽁꽁 언 몸으로 들어간다.
어린 날에는 눈 속에서 뒹굴며 몇 시간이고 놀았다. 추위 따위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콧물을 닦아 가며 눈싸움을 하고, 울퉁불퉁 못생긴 눈사람도 만들며 오감으로 눈을 즐겼다. 그러나 어른의 놀이는 길지 않다. 추위에 금세 굴복하고 만다.
따뜻한 집에서 바깥 풍경을 쳐다본다. 괜찮다. 나이마다 즐기는 방법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린 시절에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 할 줄 아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한창 ‘어른들의 플렉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어린 날에 돈이 없어 충분히 먹지 못했던 것들을 잔뜩 사서 쌓아 둔 사진들이다. 물론 반쯤 장난으로 시작된 유행이지만, 어린 시절 쌓인 한을 푼다는 의미에서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했다.
우리는 흔히 옛날을 회상하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 버렸다고 냉소 짓는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나이 듦을 비하한다. 하지만 진실로 그런가?
나이가 든다는 건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전처럼 몸으로 놀 수는 없지만, 눈으로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마음으로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고대하던 눈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지 못한다고 해서 씁쓸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저 지금 가능한 만큼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