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11

본다는 것

by 바나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천을 따라 걷다가 흔한 돌을 봤다고 생각했다. 오리가 몸통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게 마치 돌처럼 보였다. 한 번 의식하고 나자 점점 더 많은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둥오리, 왜가리, 흰두루미, 직박구리 등 놀랄 만큼 다양한 새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의 장대한 파노라마가 겨울, 차가운 물결 위에 펼쳐쳤다. 새들은 한시도 멈춰 있지 않았다.


저토록 많은 새들을 지금껏 왜 보지 못했을까. 하나의 목적에 몸과 마음을 맞추고 내달리다 보면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운동이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곳을 오고 갔기에, 하천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에 눈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오감이란 참 제멋대로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건 보거나 듣지 못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머릿속에서 도려내듯 삭제해 버린다. 그러니 내가 본 게 맞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우리 기억은 이토록 불완전하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전혀 다른 풍경을 기억하는 바람에 당황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나는 본 것을 상대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상대가 들은 것을 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만다.


의식의 자체 편집 기능이 놀랄 만큼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걸 종종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내 기억이 맞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같은 풍경에서 전혀 다른 걸 보고 있는 그 차이를 받아들이려 애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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