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분투기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눈을 뜨는 순간 몸이 아주 개운해서, 깨자마자 늦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백수에게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꼭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 긴장을 놓으면 구제 못 할 나태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몸은 편리함을 원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다. 그런 몸을 탓할 수는 없다. 그저 누울 핑계를 만들어내는 머리에 브레이크를 걸며 더 서 있고, 더 걸어볼 뿐이다.
근면함에 대한 동경은 현재진행형이다. 타고나길 베짱이로 태어난 탓에 꾸준하고 성실하게 무언가를 해온 적이 별로 없다. 그런 나의 특성을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성실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 날에는 꾸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너무 성실한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자기들만의 틀 안에 갇혀 지루한 삶을 산다고 단정지었다. 성실함 속에서 무르익는 결실들이, 그것이 좋든 나쁘든, 삶에 큰 자양분이 된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오늘도 추구미는 꾸준함이다. 아침에 조금 삐끗했지만 괜찮다.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안주하려는 몸과 마음을 매 순간 다잡는다. 생각을 날카롭게 벼리고, 몸을 민첩하게 움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