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24

뿌연 하늘을 그만 쳐다보기로 했다

by 바나

아침 공기가 탁하다. 매일 환기를 하다 보니 그날의 날씨뿐만 아니라 공기 질도 알게 된다. 쾌청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공기 밀도는 아주 다르다. 빡빡한 공기에 몸도 덩달아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특유의 예민함은 삶의 전반에서 툭툭 튀어나오곤 하는데, 이런 날도 예외는 아니다. 묘하게 더 피곤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미세먼지를 체크하면서 언제쯤 공기 질이 나아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쏟는 게 낭비임을 알면서도 좀처럼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날씨는 의도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사실 삶에서 내 의도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 하물며 나 자신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나 아닌 존재가 마음 같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는 흔히 운명의 파도에 맞서 싸우는 영웅의 이야기에 가슴이 웅장해지곤 한다. 그렇지만 그게 나의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당연하게도 삶은 아주 고달파질 것이다.


'순리대로 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와 닿는다. 순리를 거스르고 발버둥 치려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로 끝난다. 이건 노력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무엇에 노력을 쏟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온통 신경을 빼앗긴다면 정작 필요한 데 집중할 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러니 뿌연 하늘은 무시하기로 한다. 먼 하늘을 바라보던 눈을 돌려 지금, 여기를 마주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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