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26

묵묵히 익어가는

by 바나

부모님 댁에 오면 자주 들르는 단골 카페가 있다. 원두를 직접 볶는 곳으로, 커피 맛이 아주 좋다. 특히 쑥크림라떼를 좋아하는데, 은은한 향이 나는 걸쭉하고 달콤한 쑥 크림과 구수한 커피의 조화가 상당히 훌륭하다.


국제 대회에서 몇 번이고 수상한 경험이 있는 실력 좋은 바리스타의 가게인데, 이 산속에 대단한 실력자가 운영하는 카페라니 신선하다. 재야의 고수 같은 느낌이다. 대단한 부와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 검박한 성정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따지고 보면 잘 드러나지 않은 곳에 종종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숨어 있다. 그럴듯하게 스스로를 포장해 전시하듯 내보이는 시대에도, 그들은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킨다. 당장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서서히 진면목을 발휘한다.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며 타인의 삶에 스며든다.


그럴듯한 말과 화려한 겉치레는 잠깐 빛날 수 있지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 허장성세와 실속 없음을 끝내 알아차린다. 그러니 꾸준히 내실을 다지고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한두 해 살고 말 인생이 아니라면 성급하게 결과를 얻으려 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매일 글을 쓰면서도 좀처럼 실력이 나아지지 않을 때 의기소침해지곤 한다. 그럼에도 결국 꾸준히 해내는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러니 오늘도 지치지 않고 묵묵하게 한 줄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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