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39

싫은 게 많아지는 나이

by 바나

나이가 들수록 싫은 게 많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화려한 거리도, 도심의 소음도, 지리멸렬한 일상 이야기나 자기 생각만 옳다고 믿는 외곬수도 꺼려진다. 취향이 확고해지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무언가가 마음의 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히 싫다고 치부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은 이내 심술을 부린다. 생각이 멋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걸고 차근차근 따져보는 과정이 없다면, 불평만 많은 어른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좀 더 어린 날에는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서서히 그 나이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들처럼 변해 간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두렵다. 그러니 순리대로 살되, 무의식적으로 살지 않도록 늘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다.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 온 이모도 그중 한 분이다.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는, 드물게 긍정적인 분이다. 한참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시절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 주었고, 많은 것을 내어주고도 늘 더 주고 싶어 하는 그런 어른이다. 그 앞에 서면 나는 여전히 소녀가 된다.


물론 이제는 어린 날처럼 한 사람의 모든 면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이기에 지닌 양면성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한다.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므로, 내 그릇을 키우면 될 일이다. 불평을 멈추고 가만히 한 존재를 바라본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 두려움이 보인다.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두려움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을 두려워한다. 나를 두려워하고, 타인을 두려워하며, 미지의 것을 두려워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 삶의 모든 면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내 삶이 왜 이 지점에 이르렀는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언제나 한계에 부딪힌다. 어떤 이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신의 섭리라 말한다. 무엇이라 부르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 불가해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 점점 싫은 것들이 많아지는 나이 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금 더 의식적으로 살기 위해 애쓸 뿐이다. 이제는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기보다, 그 순간의 감정과 행동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불편함도, 슬픔도, 두려움도 모두 나의 감정이기에 외면하지 않는다. 무한히 반복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잃었다가 되찾고, 다시 잃었다가 되찾는다. 싫은 것들을 싫어하는 내 옹졸함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아지려 애쓴다.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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