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으려 애쓰며
글이 잘 써질 때와 잘 써지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다. 대개 의식적으로 애쓰면 문장은 점점 더 안으로 숨어버린다. 이 문장이라는 녀석을 붙잡고 늘어지지만, 어째서인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그러니 노력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순이지만, 내 경우에는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다.
옛 성현들이 왜 그토록 ‘무심’을 말했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마음 없이 행동하라는 말은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 역시 욕심이고 욕망이다. 오늘 아침 첫 문장을 쓰기 어려운 것도 어쩌면 욕심에서 비롯된 일인지 모른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법을 욕심껏 배워야 한다니 아이러니다. 늘 그랬다. 마음을 다하고 의욕을 쏟아부었던 많은 일들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나는 오래 좌절했다. 이유를 아무리 곱씹어도 답이 보이지 않으면, 원망할 대상은 결국 나 자신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다.
이제는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깊게 숨을 고르고 힘을 빼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건 힘 빼기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도 도입문을 썼다 지우고, 다시 썼다 지웠다. 다섯 번쯤 반복하고 나자 절로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시 마음을 비울 때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자신을 탓하는 건 나의 고질적인 버릇이다. 그러나 자기비하의 버릇이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오히려 더 건강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탓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여섯 번째 도입문을 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