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비우는 연습
나는 타고난 맥시멀리스트이다. 집을 꾸미고 옷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태생적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어려운 부류다. 가진 물건의 양을 보면 가끔 죄책감이 든다.
새해에는 좀 더 단순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물건에 치여 사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 잘 알기에, 물건을 줄이고 그 자리에 좀 더 본질적인 것들을 채워 넣을 요량이었다. 가령 물건을 정리하고 먼지를 터는 시간을 아껴 요리할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생활 전반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습성은 쉽사리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만다. 자족하며 사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동경하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옷이나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어울리는 사람에게 선물하자고 마음먹었다.
이제 겨울 옷을 정리할 때다. 몇 벌의 겉옷과 니트를 종이 가방에 담는다. 겨울 옷은 부피가 큰 만큼 하나를 빼내면 공간이 살아난다. 구석에 박혀 빛을 못 보던 것들도 애물단지 신세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공간은 비어야 비로소 빛이 나는 것 같다. 집의 모든 장소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공간이 가득 차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덜 채우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조금씩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공간을 비우는 행위는 마음을 비우는 일과 비슷하다. 아까워서 붙잡고 싶지만, 미련 없이 단호해야 한다. 이렇게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염원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더 본질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