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42

마음을 사는 문장

by 바나

물건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쓰던 노트를 발견했다. 제법 많은 수의 시와 생각의 단상이 쓰여 있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그 시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보여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면 어떤 형식이든 줄곧 글을 써왔던 것 같다. 꾸준히 일기를 쓰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있으면 발췌해 생각을 곁들이거나 시를 쓰는 식이었다. 글은 언제나 가장 익숙한 표현 수단이었다. 예전에는 연필로 글씨를 쓰는 느낌이 좋아서 노트북보다는 노트를 애용했다. 이사를 하는 중에 잃어버린 것들까지 더하면 꽤 많은 노트를 써 왔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글을 쓴 적이 없어서, 최근에야 새삼 잘 쓴 글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유의 깊이와 진솔함이 일순위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문체는 이차적인 문제이다. 아름다운 옷으로 온몸을 감싸도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수려한 문체로 쓰여 있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지 않는 글들이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는 건, 개인의 독특성 속에 숨은 보편성이 아닐까. 타인의 이야기이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드는, 살면서 한 번쯤 겪었고 고민했던 문제를 진솔하게 다루는 글에 자연스레 끌린다.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라도 사유의 힘이 더해지면 꽤나 깊은 울림을 준다. 글의 힘이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글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허점이 보일 때가 많다. 때로는 논리적 비약이, 때로는 어색한 비유가 쓰인다. 그 어떤 위대한 작가도 완벽한 글을 쓰지는 못했다. 백이면 백이 좋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도 그 작품이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완전무결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인간성에 끌린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무균실처럼 숨막힐 듯 깨끗한 곳보다 조금 어지럽더라도 생활감이 묻어있는 곳에서 더 안온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걸로 나도 부담감을 조금쯤 덜어본다.


시를 쓰고 싶은 날씨다. 봄이 되면 온갖 창작욕이 샘솟는다. 오랜만에 어설픈 시를 써볼까 싶다. 이 순간의 감정을 담아, 짧지만 진실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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