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 43

오늘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by 바나

샤워하기가 아주 귀찮을 때가 있다. 일상적인 일인데도 평소보다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온갖 핑계를 대며 꾸물대다가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다. 이런 날에는 씻는 속도도 좀처럼 나지 않는다.


나는 매사 '기세'를 중시한다. 밥을 먹을 때나 씻을 때,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세가 오르면 무슨 일이든 흥이 난다.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몸은 기민하게 반응한다. 한번 속도가 붙으면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물론 기세만 믿고 경거망동하다가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컨디션이 좋다고 경솔하게 행동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여느 때보다 몸이 가벼운 날이 있었다. 보통 등산 중후반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한없이 무거워진 몸을 견뎌내야 나타나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유독 일찍 찾아온 날이었다. 들뜬 마음에 페이스를 잃고 너무 빠르게 정상에 올랐다. 결과는 뻔했다. 내려오는 길이 지옥같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세는 앞으로 밀어주고, 평정심은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평정심을 잃으면 아차 하는 순간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기세를 타는 와중에 평정심까지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결국 삶이란, 뜨거운 기세로 나아가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평정심으로 균형을 잡는 줄타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거침없이 몸을 일으켜 본다. 기세 좋게, 그러나 신중함을 잃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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