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2018년 5월 5일 오전 8시.
30시간의 긴 여정 끝에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대 앞에 섰다.
한국은 NON-EU 국가라서 따로 표시된 라인에 줄을 섰다.
NON-EU 입국 심사 직원은 단 두 명이었다.
여자 직원 한 명, 남자 직원 한 명.
그중 남자 직원은 깐깐하게 심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운 좋게 여자 직원 줄에 섰다.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갔다.
"Are you here for tourism?(여행 왔니?)"
"No, I visited for working holiday.(워킹홀리데이로 왔어요)"
"Can I see your visa approval letter?(비자 승인서 좀 보여줄래?)"
"Here you are.(여기요)"
"Where did you come from?(어디서 온 거니?)"
"Amsterdam.(암스테르담이요)"
"Have you been to Ireland before?(아일랜드는 전에 와본 적 있어?)"
"No, it is my first time. And also Europe is first time.(아니요, 처음이에요. 유럽도 처음이에요.)"
여자 직원은 미소 지으며 여권과 시스템을 조금 더 확인하더니 출입국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Thank you!"
'뭐야? 겁먹을 거 없었잖아?'
귀국 항공권이나 잔고증명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옆줄에 섰으면 다른 서류까지 다 보여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통과했다.
드디어 아일랜드에 왔다.
수화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왔다.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배낭을 메고.
픽업은 없었다. 혼자서 기숙사까지 가야 했다.
공항버스표를 끊었다.
더블린 시내까지 가는 버스였다.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봤다.
'정말 왔구나.'
낯선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영어로 된 간판들, 빨간 벽돌 건물들, 좁은 도로.
한국과는 다른 모든 것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30시간 전만 해도 인천공항에 있었는데.
지금 나는 유럽 아일랜드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를 보며 걸었다.
English Studio Student Residence.
한 달간 지낼 곳이었다.
길을 헤맸다.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돌아다니니 힘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다가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 이제 진짜 영어를 써야 하는구나.'
다시 용기를 내서 물었다.
"Excuse me, do you know where this address is?"
친절하게 알려줬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 드디어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갔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 열쇠를 받았다.
짐을 끌고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자 이층 침대 두 개가 보였다. 4인 1실이었다.
내 자리는 위층이었다.
짐을 정리하는데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Hi!"
"Hi, I'm Taylor. Nice to meet you."
브라질에서 왔다고 했다.
그 후로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다들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기숙사 사람들은 거의 다 브라질 사람이었다.
내 밑층 침대를 쓰는 러시아 여자 한 명만 빼고.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완전 자유네, 진짜.'
그 생각에 오히려 더 공허해졌다.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짐을 풀고 나니 오후 1시쯤 되었다.
피곤했지만 방에만 있을 순 없었다.
한국에서부터 심부름이 있었는데, 연락을 드리니 답례로 시내를 안내해 주겠다고 하셨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더블린의 랜드마크 '스파이어'에서 시작해
Liffey River를 건넜다.
Grafton Street를 지나 걸었다.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은 거의 드물어요.
보통은 비가 오고 흐린데, 운이 좋으시네요."
학생 할인 교통카드를 만들러 트리니티 대학교에도 갔다.
그런데 토요일은 오후 2시 반까지만 운영한다고 했다.
이미 시간이 지나 있었다.
"화요일에 다시 오세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더블린 투어는 재밌었다.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더블린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에드 시런 콘서트 표를 양도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콘서트 표의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내일? 도착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았다.
시작부터 콘서트라니!
손가락은 이미 댓글을 달고 있었다.
"저 갈 수 있어요."
그렇게 내일 동행할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시간을 내어 잠깐 얼굴을 봤는데, 내 또래의 여자분이었다.
원래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못 가게 되어서 티켓을 양도한다고 했다.
버스와 숙소는 이미 예약되어 있다며 동행하자고 물었다.
사실 에드 시런은 이름만 얼핏 들어본 정도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재밌겠지?'
그렇게 도착 다음 날, 나는 코크로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