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SHEERAN IRISH TOUR 코크 콘서트
아일랜드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기숙사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30시간의 비행과 대기, 그리고 더블린 투어까지..
온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한국보다 8시간 늦었다.
몇 시간 자다 새벽 네 시에 깼다.
한국은 지금쯤 낮 12시쯤 되었을까.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었는데,
내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믿기지도 않았다.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오는 것도.
나 스스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난 왜 수많은 국가 중에서 아일랜드를 택했을까?'
명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찾던 것들이 이 여정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와 나 자신으로 당당하게 사는 자세가.
그동안 두려움이 컸었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선택만큼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지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은 아일랜드의 공휴일 Bank Holiday이었다.
나는 코크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께 가기로 한 동생과 만나 코크행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어제도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그 풍경들이 여전히 신기했다.
'아, 맞다. 나 지금 유럽에 와 있지?!'
시차도 적응 안 됐고, 온몸이 피곤했지만,
나는 코크행 버스에 올라타 있었다.
'초반부터 무리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즐겨야지.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
더블린에서 코크까지는 3시간.
버스를 타고 가며 창밖을 바라봤다.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아일랜드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었는데.
지금은 아일랜드라니 믿기지 않았다.
코크는 더블린보다 작은 도시였지만 아름다웠다.
양도한 동생이 숙소까지 예약해서 짐을 풀고
가볍게 식사를 한 후, 바로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어제 처음 만났지만,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금방 친해졌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근데, 언니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아니, 어제 여기 왔잖아요~ 근데 이렇게 바로.. ㅋㅋ"
대단한 게 아니라 무모한 거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공연 입장은 오후 5시였다.
자리가 자유석인 스탠딩석의 티켓이라 공연장에는 일찌감치 도착했는데,
이미 공연장 안은 그의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나는 에드 시런의 팬이 아니었다.
아는 곡이라곤 두 곡밖에 없었고, 그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영국 가수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아일랜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해외 가수의 내한 투어 공연’을 보는 셈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묘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한국에서 에드 시런을 보는 것보다
아일랜드에서 그를 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표는 정가가 81유로, 우리 돈으로 약 10만 원 남짓.
한국까지 초대하는 항공비와 숙박비를 모두 따져보면 한국에서는 이 가격에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참 동안 기다리는 동안, 세 명의 가수가 차례로 오프닝 무대를 올랐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앤 마리였다. 나는 처음 보는 가수였는데, 사람들은 이미 그녀의 노래를 알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떼창을 했다.
멜로디가 좋았다. 메인 가수가 나오기 전부터 음악을 즐기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콘서트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고,
오프닝 공연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래서였을까, 계속 기다려도 에드 시런이 나오지 않았지만
누군가 항의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을 기다림이 아닌 하나의 축제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혹시 공연 사고가 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오후 9시가 다 되어서야 그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온 동생은 그의 열정적인 팬이었다.
가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따라 불렀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 떼창을 했다.
나는 영어 가사를 전부 알지는 못했지만, 분위기에 취해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Shape of You”,
“Thinking Out Loud”.
그 순간만큼은 무대 위의 가수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진 듯했다.
그냥 음악에 취해 있었다.
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한 기회로 갑작스럽게 잡은 기회였지만,
이 콘서트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마자 콘서트를 제대로 즐겼다.
5월 7일 월요일,
코크에서 더블린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5월 4일 출국.
5월 5일 도착.
5월 6일 코크 여행 & 에드 시런 콘서트.
낯선 사람을 만나고,
버스를 타고,
콘서트를 보고,
여행을 했다.
단 이틀 만에.
어학원에 가기 전에 정말 할 거 다 했네..
Bank holiday 덕분에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공휴일이 아니었으면 갈 시도도 못했을 것이다.
더블린으로 돌아와서는 쇼핑도 하고, 피쉬앤칩스도 먹었다.
혼자서 코리안 마켓에 가서 장도 봤다.
더블린의 거리는 벌써 익숙해졌다.
'여기 온 지 아직 삼일차인데..'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중얼거렸다.
브라질 룸메이트들이 낯설긴 하지만,
이만하면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 듯했다.
앞으로 집을 알아보고, GNIB와 PPSN을 발급받고, 일을 구하는 것만 남았다.
나 자신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정도면 잘 살아남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