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더블린의 일상

점점 익숙해지다

by 테일러


더블린의 일상


아일랜드에 온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어학원 수업은 오전에만 있었다.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그래서 매일 더블린 거리를 걸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유럽식 건축물들과 길거리도 점차 익숙해졌다.



더블린 날씨는 심히 변덕스러웠다.

아침에는 비바람, 점심엔 흐림, 오후엔 맑고 화창했다.


보통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비가 올 때는 바람이 더 심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 대신 후드를 쓰고 다녔다. 바람막이는 필수였다.


'이래서 아일랜드구나.'






그라프튼 스트리트


하교길엔 Grafton Street를 지나갔다.

버스킹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비가 올 때를 빼고는 항상 뮤지션들의 음악 소리가 들렸다.


어떤 날은 진짜 노래 잘하는 뮤지션이 있었다.

그런 날엔 발걸음이 느려졌다. 음악에 취해 한참을 서 있었다.

힐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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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잘생긴 뮤지션이 있었지만,

노래는 조금 아쉬웠다.






꽃 파는 사람들


더블린 시내 곳곳에는 꽃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창한 날이면

Grafton Street든, Temple Bar든

길거리에서 꽃 파는 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느 날에는

꽃봉오리가 참 커다란 해바라기를 발견했다.

해바라기를 보니 출국 전에 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생각났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가는 날이 장 날


하교길에 월튼 악기점을 지나다녔다.

영화 '원스'의 촬영지였다.


더블린은 워낙 비슷비슷한 건물들뿐이라

처음엔 그저 평범한 악기 상점인 줄 알았다.

길거리에 뮤지션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본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그 악기점이 나왔다.

매일 지나다니던 곳이 특별한 장소였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여기... 영화 <원스> 촬영지잖아?'


다음 날에 가보니 셔터가 닫혀 있었다.

아쉬웠다.






스테판 그린 공원


기숙사 근처에 St Stephen's Green 공원이 있었다.

국립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호숫가에서는 운이 좋으면 백조도 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공원에 혼자 오기도 하고,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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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이면 다들 공원에 누워 피크닉을 했다.

심지어 날씨가 좋으면 매장 문을 닫고 공원으로 가기도 했다.

화창한 날이 며칠 안 되어서 그러는 거라고 했다.



'유럽 사람들의 여유는 정말 배워야 할 것 같다.'


이게 바로 힐링이었다.






다이시스 가든


5월 12일 금요일,

친구와 다이시스 가든에 갔다.


에드 시런 콘서트에 같이 갔다 온 동생 K였다.

마음 둘 곳 없는 이곳에 K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이시스 가든은 기숙사 근처에 있는 펍이었다.

입장료는 5유로, 술은 병/잔당 2유로.

한국에서도 마시기 힘든 가격이었다.


'역시 펍은 아일랜드지!'


술 때문에 유럽까지 온 건 아니었지만,

불금을 제대로 즐겼다.


친구의 추천으로 테킬라를 처음 마셔봤다.


집에 와서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표정을 보는 것도 근래엔 처음이었다.


'테킬라란 이런 건가?'


클럽 분위기는 별로였지만, 종종 술 마시러 갈 생각이었다.

참고로 7시 전에 가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했다.


'다음엔 7시 전에 가야지..'






익숙해지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출국하고, 30시간 비행하고,

도착한 다음 날에 코크 가서 콘서트 보고,

어학원 수업도 시작되었다.


매일 같이 걷는 거리도 익숙해졌다.

펍에도 가 봤다.



'오기 잘한 걸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매일이 바빴다.


그래도 더블린은 아름다웠다.

날씨는 변덕스러웠지만 거리는 음악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아직 외롭고 서툴고 어색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 살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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