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기숙사

함께 사는 법

by 테일러


브라질리언


기숙사는 한 집 안에 3~4개의 방이 있었다.

각 방에는 1~2개의 이층 침대가 있었다.


내 방은 4인 1실이었다.

나는 위층 침대를 썼다.


기숙사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우리 집에만 8명 정도 지내는 것 같았는데,

내 밑층 침대의 러시아 친구와 아르헨티나 사람을 빼고는 모두 브라질 사람이었다.



"지도에서 보면 브라질이 아일랜드에서 뉴욕에 가는 것과 비슷한 거리래."


누군가 말했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사실 나는 처음에 생각했다.


'브라질 사람들이든 유럽 사람들이든

다들 영어를 잘하겠지?'


그런데 다행히 그들도 모국어를 썼다.

영어는 제2외국어 같은 느낌이었다.


프랑스 사람이 불어를 쓰고,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어를 쓰듯,

브라질 사람들도 포르투갈어를 썼다.


'나만 서툰 게 아니구나.'


조금 안심이 됐다.






마테 타임


어느 날 오후,

아르헨티나 플랫메이트가 차를 대접해 줬다.





"이게 마테야."


우리는 '마테'를 차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찻잎을 담는 컵을 'mate'라고 부른다고 했다.


후추통처럼 생긴 통에 찻잎을 보관하고,

항아리 같은 컵에 찻잎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붓고,

국자처럼 생긴 스트로우로 빨아 마셨다.


찻잎이 가득 담긴 컵에 차를 우려 마셔서

차 맛이 정말 진했다.


"이게 아르헨티나 차 문화야."


신기했다. 차를 대접해 준 이 친구에게 고마워졌다.

심심하던 주말 오후가 좀 더 풍성해졌다.






하이네켄 펍


어느 저녁,

브라질리언 플랫메이트들이 물었다.


"우리 펍에 갈 건데, 같이 갈래?"

"좋아!"


하이네켄 펍에 갔다.


펍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음악이 크게 울렸다.

브라질리언들은 춤을 췄다.

나도 따라 췄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한국에서 클럽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음악에 몸을 맡기니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음료는 애플 사이더를 주문했다.

다이시스 가든보다 몇 배는 더 달고 맛있었다.

입장료도 없었는데, 한 병에 3유로였다.


한 병밖에 안 마셨지만,

그 한 병으로 세 시간 동안 춤을 췄다.


3시간 내내 쉬지 않고

브라질리언 못지않은 한국인의 흥을 몸소 보여줬다.

한국의 회식 문화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였다.


다음 날 아침, 플랫메이트들이 물었다.


"Taylor, are you okay?"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Of course! I'm fine!"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몸이 좀 찌뿌둥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랜만에 마음껏 춤춘 밤이었다.

생각도 많고 외로웠지만, 그 시간만큼은 그냥 즐거웠다.








함께 사는 법


기숙사에서 지내며 배웠다.

영어가 서툴러도 괜찮다는 것.

모국어가 달라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차 한 잔, 춤 한 곡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브라질리언들은 시끄러웠지만, 따뜻했다.

아르헨티나 친구는 조용했지만, 배려심이 깊었다.

러시아 친구는 과묵했지만, 친절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모국어로 농담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고,

차를 나눠 마시며..


어쩌면 이런 재미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걸 지도 모르겠다.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하지만 그 낯섦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춤추는 나,

마테를 마시며 웃는 나,

포르투갈어 농담에 웃는 나.


한국에서는 몰랐던 나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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