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외로움과 그리움

2주차

by 테일러


2주


2주가 지났을 때였다.


"거기 좋아?"


친구들이 카톡으로 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좋다고 해야 할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었다.


딱히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지내는 것도 아닌 딱 그 정도였다.


'오기 잘한 걸까?'


생각할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외로움


사실대로 말하면,

정말 좋은 섬에 나 혼자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고요한 시간에 야간근무도 많이 했고,

혼자서 여행도 자주 다녔다.


그래서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2주 만에 지쳤다.


나도 혼자서는 살기 힘든 사람인가 보다.

외롭고, 그립고, 심심했다.






혼술


어느 주말,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밥 먹고, 일하고, 밥 먹고, 영화 보고.

식탁에 앉아서 끊임없이 먹으며 가만히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껴두었던 샤먼행 비행기에서 받았던

맥주를 꺼내어 감자튀김과 함께 혼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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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었더니

아르헨티나 플랫메이트 나디나가 다가왔다.


"나도 술 마시고 싶어서 나갈 거야. 같이 갈래?"



'외국인들은 혼술 문화를 이해 못 하는 건가..?

한국인들은 다들 잘만 즐기는데..'



얘기를 더 들어보니


"테일러, 너 오늘 하루 종일 집 밖을 안 나갔어.

나도 술 마시고 싶어서 바에 갈 건데 나랑 같이 가자."


고맙기도 하고,

걱정 끼치는 것 같아서 쫄래쫄래 따라 나갔다.






템플바


술 마시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로 Temple Bar에 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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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바는 더블린의 명소였다.

그만큼 가격도 비쌌다.


하교길에 맨날 지나다녔던 곳이었지만,

술 가격이 비싸다고 들어서 지나다니기만 했었다.


밤에 오니 운치가 있었다.

주말인데도 사람들로 꽤 붐볐다.


템플바는 오랜 전통의 아이리시 펍이었다.

아일랜드는 기네스의 탄생지였고,

수도 더블린에는 템플바라고 불리는 술집 골목이 있었다.


펍 안에서는 다양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왔다.

전통 아이리시 음악부터 클래식, 팝까지.


나와 사만다(브라질)는 아이리시 위스키를,

빅터(브라질)와 나디나(아르헨티나)는 기네스를 주문했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9.5유로였다.

위스키에 커피를 섞어 크림을 얹은 술이었다.

위에 커피콩까지 데코했다.


솔직히 내 입맛엔 안 맞았다.

사만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플랫메이트들과 즐겁게 수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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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바는 한번쯤 꼭 와봐야 할 곳이야."

나디나가 말했다.


Thanks to guys.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디나가 말했다.


"Taylor, don't dig in a hole alone."


'혼자 땅굴 파지 마.'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 있지 말고,

함께하자는 뜻이었다.

고마웠다.


그래도 여기 생활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Kind하고 nice한 플랫메이트들 덕분에

한결 더 풍성한 더블린 생활 중이었다.

그중에는 에드시런 콘서트에서 만난 K도 있었다.



3주 전 나를 떠올리며,

그리운 얼굴들을 되새기며,

이 날 하루를 감사한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정말 못 할 일은 없다.


누가 믿었겠어?

내가 하루 종일 영어로 대화하게 될 줄.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 오게 될 줄.



2주,

외롭지만, 살아있었다.


No more dig in a hole.


외로워하지 말자.

혼자 땅굴 그만 파야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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