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사 준비

GNIB, PPSN, 그리고 기숙사

by 테일러


아일랜드 도착 후 한 달간,

장기로 거주할 집을 알아보면서

기숙사를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GNIB과 PPSN.


아일랜드에서 워홀러로 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었다.






GNIB


아일랜드는 비자 승인 절차가 복잡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입국 후 1달 이내에 GNIB라는 최종 비자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왔다.

예약 어플로 며칠 동안 시도 끝에 겨우 한 자리를 잡았다.

예약에 성공했을 때 느낌은 기쁨보다 안도감이었다.


예약 당일,

30분 일찍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았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내 순서를 기다렸다.


창구에 앉아 여권과 신청서 제출했다.

워킹홀리데이 승인서도 함께.

사진을 찍고, 300유로를 카드로 결제했다.


다시 기다렸다. 이름이 불렸다.

지문을 등록하고, 여권을 돌려받았다.

예약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쯤 걸렸다.


일주일 후, GNIB 카드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생년월일이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이럴 수가...'


바로 찾아가서 따졌다.



"I got wrong month of birth."



카드를 가져가더니 다시 보내줄 테니 가라고 했다.

결국 일주일 후, 제대로 된 카드를 받았다.



'이제 진짜 더블리너가 되었네.'


묘한 기분이 들었다.






PPSN


PPSN은 개인 공공 서비스 번호였다.

구직이나 은행 계좌를 열 때 필요했다.

GNIB보다는 쉬웠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잡고, 당일 방문했다.

번호표를 받고 폼을 작성했다.

내 순서가 되어 창구에 앉았다.


"Why do you need a PPSN?(왜 PPSN이 필요한가요?)"

“I need to get my driving licence.(운전면허 취득을 해야 해요.)"



여권과 폼을 제출했다.

주소 증명으로 GNIB 카드 우편물을 보여줬다.


"I received that today.(오늘 이 서류를 받았어요.)"

"You really can’t get any clearer than this.(이보다 더 명확한 서류는 없네요.)"


사진을 찍고, 비밀번호 질문을 골랐다.

영수증을 받았다.


"It’ll be delivered within five working days.

(주말 제외하고 5일 안에 배송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다.






브라질리언 레스토랑


기숙사 퇴소를 앞둔 어느 날,

룸메이트들과 함께 브라질리언 레스토랑에 갔다.


더블린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거리 곳곳에서 포르투갈어가 들렸다.

더블린 인구의 3분의 1은 브라질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스토랑은 시티 중심가에 있었다.

브라질 룸메이트 두 명이 맛집이라고 소개해 줬다.


'살다 보니 브라질 음식을 먹게 되는 날도 오는구나!'


멕시칸 음식과 비슷할까 궁금했다.


사만다는 과라나를 주문했다. 브라질의 국민 음료라고 했다.

이름 때문에 에너지 드링크인 줄 알았는데, 세븐업처럼 마시는 음료였다.


나는 Today Special을 주문했다.

가격은 6유로. 가성비가 좋았다.





고기는 쇠고기 같은 식감이었다. 칩도 많았다.

양이 많아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다.


특이한 건 콩 수프였다.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콩 수프가 꼭 함께 나왔다.



"You can’t really have a meal without bean soup in Brazil.

(브라질에서는 콩 수프 없이는 밥을 못 먹어.)"


친구가 말했다.



'한국의 김치찌개나 된장국 같은 느낌일까?'


데려와 준 룸메이트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내 입맛에는 안 맞았다. 한 스푼 먹고 접었다.


낯설고 생소한 문화.

하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도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졌다.






기숙사


기숙사를 떠나기 전

이사 준비를 하며 문득 생각했다.


'기숙사 생활도 이제 끝이구나.'



Harcourt에 위치한 기숙사.

사실 처음에는 홈스테이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홈스테이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기숙사가 있는 어학원을 선택했다.


비싸긴 했다.

주당 170유로, 한 달이면 680유로였다.

월 400유로의 더블린의 장기 방들보다 더 비쌌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안전했다.

더블린 집 계약은 사기가 빈번하다고 들었다.

학교 기숙사는 그래도 믿을 수 있었다.


둘째, 우편 주소.

GNIB, PPSN 같은 서류를 받을 주소가 필요했다.

기숙사는 확실한 주소지였다.


셋째, 다국적 사람들.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혼자 살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었다.





특히, 5층에 있는 기숙사는 전망 좋았다.

테라스가 있어서 저녁이면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 40분쯤, 해가 서서히 지는 풍경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처음엔 4인 1실이 어색했다.

한국에서 혼자 살다가 여러 명과 같은 방을 쓰려니 적응이 안 됐다.


하지만 메이트들이 좋았다.

함께 공원에 가고, 펍에 가고,

학교에도 같이 갔다.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한 달.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6월 2일,

기숙사를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숙사를 선택하길 잘했어.'


그렇게 생각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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