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집 구하기 전쟁

다섯 번의 뷰잉

by 테일러


더블린에서 집 구하기


더블린에서 장기로 지낼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에서는 세입자가 깐깐하게 여러 집을 보러 다니며,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계약한다.


하지만 더블린은 정반대였다.

집을 내놓는 사람은 적고, 집을 찾는 사람은 많았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했다. 그래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골랐다.


집을 보러 가는 것을 '뷰잉'이라고 부르는데,

뷰잉을 하고 나면 집주인이 고민한 후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연락을 보냈다.

나가는 사람이 자기 대신 들어올 사람을 구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선택받아야 하는구나.'


낯선 시스템이었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됐다.

좋은 추억을 만들면서 지냈던 공간인데,

떠나면서 아무나 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첫 2주 동안 열심히 뷰잉하고,

정 안 구해지면 원하는 방을 찾을 때까지 단기 방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게 현실이었다.




한인 카톡방


더블린 한인 카톡방에는 가끔 방 광고가 올라왔다.





한인방을 통하면 언어가 통해서 편했다.

외국 사이트는 렌트비 사기도 빈번하다고 들었다. 한인방이 더 안심됐다.


물론 한인방이라고 해서 한국인 룸메이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싱글룸이 아니면 외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DAFT나 페이스북보다는 한인 카톡방이 나았다.


연락을 보내고 뷰잉 약속을 잡았다.




뷰잉


첫 뷰잉에 갔다.

집 구조 설명을 들었다.


방 4개, 욕실 2개, 부엌 1개.

쉐어룸이라 방 하나를 2명이 쓴다고 했다.


질문을 하고, 인사하고 나왔다. 10분 만에 끝났다.

다음 날까지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탈락이었다.

두 번째 뷰잉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의 뷰잉


세 번째 뷰잉을 갔다.

그런데 이 집은 문제가 많았다.


인원은 6명인데 화장실이 단 1개.

게다가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는 화장실 사용 금지.


'이건 아니지...'


집을 계약할 때는 제약 조건이 없는지, 집 컨디션은 어떤지,

와이파이, 온수, 오븐은 쓸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했다.



네 번째 뷰잉을 갔다.

집은 괜찮았다. 렌트비는 한 달에 400유로.

하지만 이번에도 연락이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다섯 번째 뷰잉을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로 본 집에서 연락이 왔다.


"사실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미처 미리 말을 못 했어요.

그래서 원래 들어오기로 한 사람이 취소했는데,

들어올 의사 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고양이라.. 나는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었다. 근처에 햄스터만 있어도 재채기가 났다. 하지만 들어갈 집이 생겼다는 게 기뻤다. 일단 수락했다.



'다섯 번째 뷰잉까지는 안 가겠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다섯 번째 집이 지금까지 본 집 중 가장 저렴했다.

월 278유로.


네 번째 집에 확답한 상태라 산책 겸 아무 부담 없이 갔다.

그래서인지 30분 동안 별 얘기를 다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집에는 한국인 두 명과 일본인, 스페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도 넓고,

여자가 4명밖에 없어서 깨끗했다.

조용한 동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기가 제일 좋은데...'



그 집 플랫메이트들도 나를 좋게 봤나 보다.

같이 살자고 연락을 줬다.


월 278유로.

400유로보다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이미 400유로 집에 OK 했는데..'


하지만 278유로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고민 끝에 다섯 번째 집으로 결정했다.

네 번째 집에는 죄송하다고 연락을 보냈다.


'미안하지만... 알레르기도 있고, 278유로는 너무 매력적이야.'




Kimmage


내가 처음 뷰잉을 갔을 때,

룸메이트 중 한 명이 없어서 인사차 다시 갔다.


278유로 집은 Kimmage에 있었다.

Dublin 6W 지역이었다.


학교에서 버스로 30분, 걸어서 한 시간 정도.

집 근처에 공원이 두 개나 있었다.

좋은 동네라고 했다.


집터가 좋은지,

그 집에 가면 편안해졌다.

플랫메이트들과도 잘 맞았다.




계약


집을 계약할 때 디파짓(보증금)을 먼저 냈다.

그리고 입주하면서 월세를 내고 열쇠를 받았다.


계약서는 랜드로드(집주인)가 써주는 경우도 있고,

안 써주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열쇠'였다.


먼저 살다 가는 사람에게 디파짓을 주는 거라,

열쇠를 받고 나서 렌트비를 내야 했다.


'꼭 열쇠를 먼저 받자.'




복잡한 일정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기숙사는 6월 2일까지만 지낼 수 있었다.

새로운 집은 6월 13일부터 입주 가능했다.


중간에 11일이 비었다.

그래서 일정이 복잡해졌다.


단기 방과 호스텔을 전전해야 했다.

복잡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뷰잉의 비결


뷰잉에서 중요한 건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집주인과 플랫메이트들은

'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을까?'를 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웃고, 편하게 있는 게 중요했다.


나는 두 번이나 30분씩 수다를 떨었다.

집 구조 설명 듣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수다.

그게 좋았나 보다.



'뷰잉할 때 원래 이렇게 수다를 떠는 건가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10분 안에 끝난다고 했다.

나만 말수가 많았던 거였다.


집 구하기 전쟁은 다섯 번의 뷰잉 끝에 승리했다.

이제 남은 건 일자리 구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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