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에서의 마지막 점심은 KFC에서 먹었다.
인도네시아 KFC는 한국과 다르게 메뉴에 밥이 있다고 했다.
프로모션 메뉴로 치킨 1개 + 밥 1개를 주문했다.
사실 밥은 필요 없었지만, 점원이 그게 더 저렴하다고 했다.
음료는 콜라 위에 생크림을 얹은 메뉴를 주문했다.
한 모금 마셨다.
'어? 이 맛은...?!'
도쿄 해리포터 팝업스토어에서 마셨던 버터맥주 맛이었다.
'콜라에 크리미 한 생크림을 섞으면 이런 맛이구나.'
신기했다.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KFC를 나왔다.
'이제 일몰을 보러 가야지.'
첫날에는 일출을 놓쳤지만, 오늘은 일몰을 꼭 보고 싶었다.
어느새 벌써 오후 4시였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 길로 하버 베이로 향했다.
일몰을 보러 갔다.
첫날 일출을 보러 갔던 그곳, 하버 베이.
몰에서 하버베이까지는 걸어서 40~5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하지만 가는 길에는 횡단보도가 거의 없었다.
차들이 쌩쌩 지나다녔다. 아슬아슬했다.
가는 길에 시장 같은 길을 지났다.
과일들을 천장에 걸어놓고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 시간에 본 kentongan(인도네시아 전통 경보 도구)도 봤다.
길거리에서 버스킹처럼 연주하는 전통 악기도 신기했다.
하버 베이에 도착했다.
첫날에는 일출을 놓쳤다. 늦게 도착해서 이미 해가 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일몰. 다행히 시간을 맞춰 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와...'
지난 이틀 동안 흐리고 비가 왔다. 하지만 오늘은 화창했다.
저 멀리 보이는 구름조차 운치 있어 보였다.
아름답게 지는 일몰이 정말 감동이었다.
'일몰 때문에라도 바탐에 잘 왔네.'
이제까지 바탐에서 보낸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정말 좋았다.
마지막으로 브이로그를 마치는 엔딩 영상도 촬영했다.
“Apakah kalian menikmati vlog Batam saya?(저의 인도네시아 바탐 브이로그 재밌게 보셨나요?)
Saya benar-benar ingin kembali lagi.(저는 정말로 다시 오고 싶습니다.)
Dengan ini saya akhiri videonya. Terima kasih.(그럼 이것으로 영상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2시간을 정말 잘 보냈다.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 식사를 위해 숙소 앞 푸드코트로 갔다.
첫날 먹었던 메뉴가 맛있어서 아쉬움에 같은 걸로 주문했다.
"Sate sapi satu, es celamba mudah satu.(소고기 꼬치 하나, 시원한 코코넛 음료 하나요.)
Dan pisang goreng satu bungkus, tolong.(그리고 바나나 튀김 하나는 포장해 주세요.)"
꼬치 가게 사장님이 오셔서 다시 주문을 받으셨다.
아무래도 하나만 주문하는 사람은 없나 보다.
"Sebenarnya, malam ini saya pergi ke airport. Makanan ini sangat enak, jadi saya datang lagi sebelum pulang.(사실 오늘 저녁에 공항 가요. 이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가기 전에 다시 왔어요.)"
사장님이 웃으셨다.
이번에 나온 소고기 꼬치는 감사하게도 감자 토핑까지 얹어서 푸짐하게 주셨다.
피상 고랭은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공항에서 먹어야지.'
하지만 결국 수하물에 넣어 한국에 와서 에어프라이어에 덥혀 먹었다.
바탐 여행의 여운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행 비행기를 대기하고 있는데, 옆에는 인도네시안 부부가 앉아 있었다.
'인도네시아어를 쓸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한국의 날씨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말을 건넸다.
"Saya pikir Anda mungkin merasa dingin.(당신들 추우실 것 같아요.)
Akhir-akhir ini cuaca di Korea dingin.(요즘 한국 날씨가 추워요.)"
그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알고 보니 내가 사는 곳의 이웃 동네 교회에서 선교 활동을 하셨던 목사 부부였다. 한참 수다를 떨었다.
"Kerja di Batam?(혹시 바탐에서 일하세요?)"
그들 역시 나를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 생각했나 보다. 바탐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모두 한국어만 사용하니, 인도네시아어를 쓰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72시간 인도네시아어만 쓰기'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성공했다.
심야 비행은 힘들었다.
다들 비행을 마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프론트 좌석이 만석이라 바로 옆 자리에도 사람이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72시간. 바탐. 인도네시아어.
일출은 실패했지만, 일몰은 성공했다.
바틱도 샀다. 박소와 사테도 먹었다.
CGV에서 영화도 보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줬다.
그리고 72시간 내내 인도네시아어로만 대화했다.
문법과 어법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겠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머릿속에 아는 것이 많다고
그저 마음속에서만 끌어안고 있었다면
나는 나의 능력치를 평생 알지 못했을 것이다.
도전했기에 비로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뭣도 몰랐기 때문에
그 용기로 부딪힐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커질수록 몸은 점점 무거워져,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잘했어.'
창밖을 봤다. 어둠 속을 날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탐에서의 72시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