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1. 나의 첫 인도네시아 선생님, Salis

by 테일러


나의 첫 번째 인도네시아어 선생님


인도네시아어 추억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의 첫 번째 인도네시아어 선생님, Salis다.


그녀는 20대 중후반.

인도네시아 반둥 출신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자마자, 에이전시의 발령으로 하노이 연수원에 왔다. 4개월간 한국인 연수생들에게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녀는 총명하고 실력이 좋았다.

대학생 때부터 외국인들에게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쳤고, 부전공으로 한국어도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발령받은 곳은

그녀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땅이었다.

MBTI가 ENFP인 그녀에게 하노이는 처음에는

유배지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나도 외로웠다.

인도네시아어반에서 혼자만 여자 연수생이었다.

한국인 연수생들과 지내면서도 혼자가 편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어느 주말,

연수생들과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Salis를 만났다.

교실 밖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연습하기 위한 자리였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갔다.

내부에 작은 연못이 있는 야외 카페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Salis가 물고기를 유심히 보며 장난치고 있었다.


"Saya suka ikan.(나 물고기 좋아해)"


알고 보니 그녀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수족관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날, 인도네시아어반의 모임이 끝나고

여자들만의 데이트처럼 롯데마트 쇼핑도 하고

롯데리아에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많은 대화를 나눴다. 주로 외로움과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그 전 주에는 집에서 혼자 빨래하다가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Saya juga tidak punya teman di sini. Saya mau teman Anda.

(나도 여기 친구 없는데, 내가 친구가 되어줄게.)"


그날 이후 주말마다 만났다.

평일에도 주 5일, 하루 6시간 이상 인도네시아어 수업으로 만났지만 주말에도 만났다.


처음에는 번역 앱 '파파고' 없이는 대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만나는 날이 많아질수록 인도네시아어 실력이 늘었고 파파고 사용도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외계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던 인도네시아어 수업도 점차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무슬림


Salis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무슬림이라고 해서 모두 히잡을 쓰는 건 아니다.

개인의 신념이나 문화에 따라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Salis는 달랐다.

새벽 5시 30분부터 매일 5회 기도를 올렸다. 점심시간에도 기도를 올렸다.

나는 점심을 먹고 바로 교실에 와서 시간을 보냈는데,

나중에 친해진 후에는 Salis가 교실로 들어와

허락을 구하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내가 무슬림이라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매일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보면서

무슬림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 문화가 달라서 이해는 갔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남녀 사이의 스킨십이 금지되는 문제였다.


Salis는 사적으로 만나면 애교도 많고 밝았다.

동성에게는 스킨십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가끔 살갑게 친근감을 표현했다.

나는 그게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남녀 연인끼리는 달랐다.

키스와 포옹은 물론, 손잡는 것도 금지되었다.


무슬림 여성은 결혼 전까지

이성 앞에서 히잡을 벗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연애관이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무슬림 문화에서는 결혼 전까지

무슬림 여성으로서 이성 앞에서 금지되는 것이 많았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였다.






집 초대


어느 날은 Salis가

혼자서 자취하고 있는 집으로 초대했다.


집에 가기 전, AI로 인도네시아 친구 집 방문 예절을 검색했다.


"선물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식사 시에는 남김없이 먹는 것이 예의다."


Salis가 신 맛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집을 방문하기 전, 미리 오렌지와 즐겨 마시는 차,

한국에서 준비해 온 기념품을 준비했다.

Salis가 인도네시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소, 삼발소스, 닭고기 튀김, 소 갈비, 노란 국물 요리가 한 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졌다.





박소는 만두피 없는 미트볼 같은 음식이었다.

맛있었지만 정말 매웠다.


닭고기 튀김은 삼발 소스와 함께 먹었다.

칠리 소스 같은 삼발 소스는 한국의 매운맛과는 또 달랐다.

노란 국물 요리인 '소또'는 국물은 노란 색이었지만, 사골곰탕 맛이 났다.


"강황을 넣어서 노란색이야."

"한국에서는 설날에 떡을 넣고 떡국을 끓여 먹는데, 이거랑 비슷해."


소또 국물에 국수와 쌀밥을 함께 넣어 먹었다.

Salis는 신기하게도 새우칩 인도미 과자를 부수어 소또와 같이 먹기도 했다.


'과자를 어떻게 음식과 같이 먹을 수 있지?!'

문화 충격이었다.


폭죽갈비는 정말 맛있었지만, 정말 매웠다.

매운 음식을 먹으며 얼굴을 찌푸리는 나를 보고 Salis가 웃었다.


"머릿속에서 펑펑 터진다고 해서 폭죽갈비야."

"너무 매워! 근데, 맛있어!!"

"ㅋㅋㅋ. 이 갈비는 3시간 이상 끓여서 만들었어."


그 정성이 감사했다. 맛있었지만 입이 얼얼해졌다.

한국인들처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친숙해졌다.

그리고 나를 위해 여러 음식들을 준비해서 대접해 준 Salis에게 애정이 더 생겼다.

그날, 배도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졌다.



Salis가 혼자 자취하는 집에 초대받았을 때,

히잡을 벗은 모습도 처음 봤다.


Salis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히잡도 색상별로 다양하게 갖고 있었다.

검은색, 베이지, 핑크, 블루, 레드, 그린..

히잡 색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무슬림2


Salis와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다.

힘들었던 순간들과 신앙에 한 이야기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앙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삶의 버팀목이라는 걸 알았다.


그날 이후 Salis가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였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기도를 존중하게 되었다.


Salis 덕분에 인도네시아 문화를 더 깊이 알게 됐다.

무슬림 문화를 존중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곳에서 진짜 친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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